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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면제받으려 집주소 옮기고 인격장애 연기한 前 프로게이머

입력 | 2024-01-29 15:27:00


전직 프로게이머 원창연 씨. 원창연 씨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자 전직 프로게이머인 원창연 씨(32)가 병역 기피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단독(부장판사 오한승)은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원 씨는 2020년 5월과 12월 정신과 의사를 속여 발급받은 허위 진단서를 인천병무지청에 제출해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으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체 등급 4급 판정을 받고도 병역의무를 추가로 감면받기 위해 주소를 이전했고, 정신질환으로 속임수를 썼다”며 “죄질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원 씨는 2011년 최초 병역판정 검사와 5년 뒤 재검사에서 피부 질환으로 현역 입소 대상인 신체 등급 2∼3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역 처분 변경을 신청한 그는 2018년에 과체중으로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원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과체중이 아닌 정신 질환으로 4급 판정을 받을 경우,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더라도 군사 소집교육과 예비군 편입이 면제되는 사실을 노려 정신과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이 확인됐다.

원 씨는 정신과 의사에게 “감정 조절이 어렵고 불안한 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호소했고, 심리평가를 진행할 때도 허위로 응답해 “전체지능이 53이고 사회연령도 만 13세로 확인됐다”는 진단 결과를 받아 냈다.

이외에도 그는 의사에게 “사람 많은 곳에는 갈 수 없어 집 밖에는 나가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고 거짓말해 지적 장애와 인격장애 진단을 받아 냈다.

원 씨는 사회복무 군사교육이 밀려 있는 지역에서 3년 동안 소집되지 않으면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소를 인천에서 경기 부천시로 옮기기도 했다. 당시 부천은 인천보다는 상대적으로 군사교육이 밀려 있던 지역이었다.

원 씨는 이날 선고와 관련해 “현재 기사화된 내용에 관하여 해명 내용을 정리 중이다”며 “해명문을 통해서 설명해 드리겠다. 심려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렸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