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아시안컵 E조 경기 도중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손흥민.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비긴 뒤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카타르=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5일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E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후반 추가시간. 오현규가 얻은 페널티킥을 대신 차기 위해 골문 앞으로 걸어가는 손흥민의 모습 위에 몇 가지 민감한 질문들이 오버랩됐다.
한때 페널티킥 징크스가 있던 손흥민이었다. 페널티킥을 앞둔 선수들을 보면 그러하듯이 득점에 대한 기대, 실패에 대한 우려가 짧은 몇 초간 동시에 증폭됐다. 그러나 이번의 우려 속에 담긴 것은 단순히 득점 실패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다. 상황은 2-2.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한국이 3-2로 앞서 나가며 E조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D조 2위가 확정된 일본과 16강 토너먼트에서 만나게 되어 있었다.
문제는 앞선 요르단 및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한국이 호화 멤버를 지닌 팀치고는 경기 내용이 너무 좋지 못했고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스타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이 부진하자 중국 등 해외 언론에서 먼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국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일부에서는 노골적으로 한국이 16강전에서 일본을 만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경기를 느슨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깨끗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적어도 자신만큼은 이 경기에서 일부러 승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이어진 추가시간에 끝내 3-3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시 조 2위로 내려가 결과적으로 16강전에서 일본을 피하고 F조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부러 지지는 않았더라도 그 경기력은 실제로 매우 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렇다면 이번 한일전 무산은 한국이 일부러 피한 것이 아니라 일본과 맞붙고 싶었어도 못 붙게 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팬들의 관심을 끄는 건 한국과 일본의 정면 대결이다.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축구의 강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최근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에 큰 스코어로 진 경우도 많고 점차 일본에 밀리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일본에 42승 23무 16패로 앞서 있지만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0-3으로 패했고, 2022년 7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에서도 0-3으로 연패하는 등 최근 흐름은 좋지 못하다.
일본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축구 전 분야에서 세밀한 실행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다. 이런 일본 축구의 저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중이지만 아시아의 전통 강호를 자처하는 한국은 손흥민 등 스타들을 앞세워 일본을 꺾고 그 우위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 한국이 일본을 피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질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우위를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면 대결은 벌어지지 않았어도 우승 확률 등에서 이미 축구계에서는 전반적으로 한국보다는 일본의 우세를 점쳐 왔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