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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손해난다”… 알짜카드 458개 없앴다

입력 | 2024-01-30 03:00:00

8개사 단종카드 1년새 4배 달해
소비자들 “모집할때는 언제고…”
카드사 “수익성 악화, 어쩔수 없어”
연회비 올리고 혜택 축소 ‘꼼수’도… 전문가 “카드사 수익 다변화해야”




회사원 이모 씨(39)는 최근 신용카드 2개를 새로 발급받았다. 기존에 쓰던 신한카드 ‘더모아 카드’의 포인트 지급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은 5000원 이상을 결제하면 1000원 단위 미만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이른바 ‘혜자 카드’(혜택이 좋은 카드)로 인기를 끌었다.

신한카드는 더모아 카드의 신규 발급을 출시 1년 만인 2021년 중단한 데 이어 약관 변경을 통한 서비스 축소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더모아 카드의 약관 변경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 중이다. 신한카드는 해당 상품으로 3년여 동안 1000억 원대 손실이 발생해 변경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이 씨는 “포인트 부정수급이 문제라 해도 일부 소비자에 한정된 얘기일 텐데 갑자기 주던 혜택을 없앤다고 하니 괘씸해서라도 다른 카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지난해 ‘혜자 카드’ 458개 사라졌다

다른 카드사들도 ‘알짜 카드’의 혜택을 축소하거나 아예 단종시키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악화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한 데다 ‘체리피커’(혜택만 챙기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이유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혜택을 앞세워 고객을 모집한 뒤 일방적으로 단종을 통보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BC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 458종(신용 405종·체크 53종)이 단종됐다. 2022년(116종)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신규로 출시된 카드는 175종에 불과하다.

이렇게 단종된 ‘알짜 카드’가 새로운 상품으로 재편되더라도 혜택이 줄어들거나 연회비가 뛰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사용하던 카드의 단종 소식을 접한 김모 씨(37)는 “이름만 살짝 바꿔 같은 연회비에 혜택은 더 적은 카드를 내놓는다는 얘기에 아예 다른 카드사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이달 3일 ‘에너지플러스카드 에디션2’를 단종하고 해당 상품을 에디션3로 리뉴얼하면서 연회비를 1만 원에서 3만 원으로 높이기도 했다.

● “수익성 악화에 카드 구조조정”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해명한다. 지난해 9월 말까지 8개 전업카드사의 누적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은 2조747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3503억 원) 대비 11.7% 급감했다.

과도한 ‘체리피킹’도 원인으로 꼽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영상 어려움과 극단적인 소비 행태를 보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상품을 설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체리피킹으로 논란이 된 더모아 카드의 경우 약사를 비롯한 그의 지인, 가족 등이 부정결제로 포인트를 적립해 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단종 결정으로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일부 상품은 당일이 돼서야 카드사 홈페이지에 단종 사실이 공지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 업권에 적용되는 규제에 카드 단종에 대한 고지 의무는 없다”며 “각 카드사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단종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수익 다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상품 출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분별하게 상품을 출시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용 절감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