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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같던 ‘미스터 박’의 나라, 36년만에 왔네요”

입력 | 2024-01-30 03:00:00

세실리아 타이트 IOC 위원 방한
박만복 감독 때 페루 女배구 주전
88올림픽 당시 준우승 경기장 찾아



28일 페루 출신의 세실리아 타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페루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고 박만복 감독 동판이 설치된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버지 ‘미스터 박(Mr. Park)’의 나라에 다시 오겠다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

1980년대 여자 배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황금의 왼손(Golden Lefty)’으로 불렸던 세실리아 타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2·페루)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관을 위해 지난주 한국에 온 그는 페루로 돌아가기 전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든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열린 페루와 소련의 서울 올림픽 여자 배구 결승전은 올림픽 배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1, 2세트를 페루가 먼저 가져갔고, 소련이 3, 4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4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접전 끝에 소련이 17-15로 승리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은 페루를 응원했다. 당시 페루 대표팀 사령탑이 고 박만복 감독(1936∼2019년)이었기 때문이다. 1974년 페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포함해 4차례 올림픽에서 페루 대표팀을 이끌었다. ‘페루 배구의 영웅’으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타이트 위원은 “아빠 없는 가난한 소녀였던 내게 ‘미스터 박’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배구를 포함한 인생의 모든 것을 그분한테서 배웠다”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박 감독은 훈련만큼은 철저했다. 연습이 충분치 않다 싶으면 일요일에도 공을 받고 때려야 했다.

은퇴 후 타이트 위원은 페루 국회의원을 지내며 여성과 청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힘써 왔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총회에서 새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IOC 위원이 된 뒤 가장 기뻤던 건 아버지의 나라에서 청소년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었다”며 “아버지에게서 배운 대로 전 세계 모든 선수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