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 열광했던 ‘독자 생태계’… 규제 기관-파트너사들 반발 불러 美-EU, 앱스토어 결제 강요 금지 삼성, 구글-퀄컴 손잡고 AI폰 선점 WSJ “성장동력이 최대 골칫거리로”
“애플의 성장 동력이 이제는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26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애플의 ‘폐쇄형 생태계’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다. WSJ는 “애플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지만 규제 기관과 파트너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회사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 인앱결제 금지… 새 수수료 체계도 논란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주요 시장에서 기존 앱스토어 정책인 ‘인앱결제(내부결제)’를 강요할 수 없게 되면서 시스템 개편에 나섰다. 최근 미국 대법원이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라”고 판결을 내린 데다, 3월 유럽연합(EU)이 빅테크를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앱스토어 결제만 허용하며 최대 30%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를 받았다.애플이 외부 결제를 허용했지만 개발사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미국에서 외부 결제 시 여전히 비싼 27%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10∼17%로 낮췄지만 다운로드 때마다 0.5센트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해 논란이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26일 “애플의 정책은 DMA의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 명백한 갈취”라고 비판했다.
반면 구글은 2021년 말부터 각국에서 외부 결제를 허용했다. 콘텐츠 회사들이 내는 수수료도 최저 6%로 낮췄다. 국내 한 앱 개발사 관계자는 “구글도 수수료로 비판받지만 개발사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독자 생태계, 유연성 떨어뜨려”
하지만 이제는 도리어 신사업에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는 당초 예상했던 초도 물량을 훌쩍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인기 앱이 지원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특허 문제로 미국에서 판매가 중단된 애플워치도 폐쇄형 생태계의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주로 중국에서 생산해 들여오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수입품’으로 분류돼 판매가 금지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처나 기기를 다양하게 갖춘 삼성, 구글 생태계에 비해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