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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폰 밀리고 앱결제도 삐걱… 성공 이끈 ‘폐쇄전략’에 발목

입력 | 2024-01-30 03:00:00

이용자들 열광했던 ‘독자 생태계’… 규제 기관-파트너사들 반발 불러
美-EU, 앱스토어 결제 강요 금지
삼성, 구글-퀄컴 손잡고 AI폰 선점
WSJ “성장동력이 최대 골칫거리로”




“애플의 성장 동력이 이제는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26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애플의 ‘폐쇄형 생태계’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다. WSJ는 “애플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지만 규제 기관과 파트너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회사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 하드웨어까지 독자 생태계를 고집하는 애플의 폐쇄형 전략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폰에서는 삼성전자에 뒤처지고 앱 마켓(장터)에 대해서도 규제 압박이 거세지며 성장성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9년 만의 신제품 ‘비전프로’ 출시에도 불구하고 12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2년 2개월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준 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독자 노선으로는 첨단 기술 트렌드와 정부 규제 등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애플 왕국’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 인앱결제 금지… 새 수수료 체계도 논란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주요 시장에서 기존 앱스토어 정책인 ‘인앱결제(내부결제)’를 강요할 수 없게 되면서 시스템 개편에 나섰다. 최근 미국 대법원이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라”고 판결을 내린 데다, 3월 유럽연합(EU)이 빅테크를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앱스토어 결제만 허용하며 최대 30%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를 받았다.

애플이 외부 결제를 허용했지만 개발사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미국에서 외부 결제 시 여전히 비싼 27%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10∼17%로 낮췄지만 다운로드 때마다 0.5센트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해 논란이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26일 “애플의 정책은 DMA의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 명백한 갈취”라고 비판했다.

반면 구글은 2021년 말부터 각국에서 외부 결제를 허용했다. 콘텐츠 회사들이 내는 수수료도 최저 6%로 낮췄다. 국내 한 앱 개발사 관계자는 “구글도 수수료로 비판받지만 개발사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독자 생태계, 유연성 떨어뜨려”

업계에서 ‘폐쇄적’이라고 비판받는 이 같은 모습은 그동안 애플의 경쟁력으로 꼽혔다. 단일 생태계에서 애플의 각종 디바이스가 매끄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보안 및 원활한 사용자경험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에 높은 수익성도 안겨줬다.

하지만 이제는 도리어 신사업에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는 당초 예상했던 초도 물량을 훌쩍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인기 앱이 지원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주목받는 AI폰에서도 뒤처지는 양상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미 구글, 퀄컴 등과 협업해 세계 첫 AI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였다. 반면 IT업계에서는 애플의 독자 생태계로는 고사양 프로세서(하드웨어)와 생성형 AI(소프트웨어) 체계를 구축하기 버겁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특허 문제로 미국에서 판매가 중단된 애플워치도 폐쇄형 생태계의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주로 중국에서 생산해 들여오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수입품’으로 분류돼 판매가 금지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처나 기기를 다양하게 갖춘 삼성, 구글 생태계에 비해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