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확전 꺼리던 바이든, 미군사망에 “보복”… 트럼프 “너무 약해” 공세

입력 | 2024-01-30 03:00:00

[중동전쟁 미군 첫 사망]
친이란 무장단체, 미군기지 공격… 美국방 “미군 수호 위해 모든 조치”
무장단체 배후설 이란과 교전 주목… 주유엔 이란대사 “우리와 무관” 부인
美공화당은 “이란 직접 공격” 주문… 민주당 일부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바이든, 사망 미군 애도 28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웨스트컬럼비아의 한 교회에서 친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사망한 미군 3명을 애도하기 위해 묵념하고 있다. 웨스트컬럼비아=AP 뉴시스


《친이란 무장단체 공격에 미군 3명 사망… 바이든 ‘보복’ 시사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가 27일(현지 시간) 요르단 미군기지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해 미군 3명이 숨지고 최소 34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를 처벌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그간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여온 바이든 대통령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유약함과 굴종의 결과”라고 맹공했다.》






“미국은 반드시 대응한다(We shall respond).”

28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친이란 무장단체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의 죽음을 애도하며 보복을 천명했다. 다음 달 3일 집권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교회를 찾은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중동전쟁이 미국의 직접 개입 및 이란과의 교전 가능성이라는 새 분수령을 맞았다. 전쟁 발발 후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확전을 막는 데 힘써 온 바이든 행정부가 무장단체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대응까지 포함해 강한 보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은 벌써부터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주문하고 있다. 11월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이 뻔뻔한 공격은 (이란에 대한) 바이든의 유약함과 굴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 美 “이란, 전쟁 원치 않을 것”이라 했지만…

친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은 요르단 북동부 미군기지 '타워 22'의 지난해 10월 위성사진. 플래넛랩스=AP 뉴시스

미군 중부사령부는 28일 “지난밤 요르단 북동부 ‘타워 22’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격 주체는 밝히지 않았으나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 ‘이슬람저항군(IRI)’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부상자가 ‘외상성 뇌 손상’ 증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 미군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복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이란이 확전의 의도를 가지고 계획한 일인지를 조사 중이다.

일단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은 ABC뉴스에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공격을 주도한 IRI에 대한 보복을 단행해도 그간 이들을 지원해 온 이란과의 직접 교전은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이번 공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너선 파니코프 국장은 이란의 암묵적인 승인 없이 일개 무장단체가 미군 사망자를 낳은 공격을 감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란 개입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이란이 루비콘강을 건넜는지 바이든 행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이란이 중동 갈등이 심화될 경우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요르단 등 주변 국가들에 물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면서 이란의 계산된 긴장 고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바이든 굴종 탓”… 진퇴양난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이 언제, 어떤 식의 보복에 나서느냐가 중동전쟁에는 물론 미 대선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1월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집권 당시 “이란은 약하고 파산한 나라였다”며 공세의 계기로 삼았다. 그는 집권 당시 이란과의 핵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핵협상 복원을 이유로 이란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으며 이란이 이 돈을 “중동 전역에 유혈 사태를 일으키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주요 인사도 한목소리로 이란 직접 공격을 주문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바이든이 이란을 대하는 태도가 약하지 않았다면 이란이 미국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힘을 다해 보복하라”고 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란 수도) 테헤란을 목표로 삼으라”며 이란 혁명수비대 내에서 해외 무장단체 지원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을 타격하라고 적시했다.

이 와중에 집권 민주당 일각에서는 그간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무슬림 단체들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공격의 보복 수위와 중동정책 방향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