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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핵잠수함 건조’ 속도전

입력 | 2024-01-30 03:00:00

“사업 집행방안에 중요한 결론 내려”
푸틴 방북때 기술이전 요구할 듯



北, SLCM 발사… 수중 기습 핵공격 능력 과시 북한의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이 28일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발사되고 있다. 미사일 왼편 공중으로 솟구치는 파편은 발사 직후 부스터가 점화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보호덮개 중 일부로 추정된다. 이날 미사일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장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재래식(디젤 추진)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날 현장에서 “핵동력(추진)잠수함과 관련한 중요한 결론을 줬다”고 29일 보도했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추진잠수함의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의 집행 방안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9일 밝혔다. 2021년 핵추진잠수함 개발 사실을 공개한 지 3년 만에 구체적인 건조 방안·일정 등까지 확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래식(디젤)이 아닌 핵추진 방식인 핵추진잠수함은 핵미사일을 다량으로 탑재 가능한 데다 이 미사일로 핵 기습 타격은 물론이고, 제2격(핵보복)까지 가능해 핵무기의 ‘최종판’으로 불린다. 물에 떠오르지 않고 최대 3개월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한 만큼 작전 수행 능력도 대폭 향상된다.

김 위원장은 “핵동력(추진) 잠수함과 기타 신형 함선 건조 사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해당 부문들이 수행할 당면 과업과 국가적 대책안들을 밝혔으며 그 집행 방도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주셨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또 “해군의 핵 무장화는 절박한 시대적 과업”이라며 “국가 핵전략 무력 건설의 중핵적 요구로 된다”고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이 신형 잠수함은 핵추진 체계를 적용한 진정한 의미의 핵잠수함은 아니었던 만큼 김 위원장은 당시 “발전된 동력 체계를 도입하겠다”며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시사했다. 이번엔 핵추진잠수함 관련 ‘중요한 결정’까지 내린 만큼 본격적으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만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큰 만큼 김 위원장이 대규모 무기 제공을 대가로 러시아에 핵추진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기술 등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8일 신형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인 ‘불화살-3-31형’의 시험발사도 참관했다.


北, 美본토 기습할 ‘핵잠’ 위협… 한미, 러 기술 이전 여부 주시

김정은, 핵잠수함 건조 속도전
金, 신형 SLCM 시험발사 참관… 韓-주일미군 겨냥 핵타격력 과시
金, 핵잠 건조 ‘중요한 결론’ 언급
“러에 소형원자로 기술 요청 가능성”

미사일 비행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8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미사일이 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29일 이 미사일이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인 ‘불화살-3-31형’이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8일 핵추진잠수함 건조사업의 집행 방안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언급했다. 그동안 이른바 ‘과업’ 수준으로만 언급된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본격화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르면 상반기(1∼6월)에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핵추진잠수함 핵심기술을 요구할 가능성을 한미 당국은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추진잠수함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제시한 ‘전략무기 최우선 5대 과업’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핵추진잠수함 관련 ‘중요한 결론’을 언급한 날 김 위원장은 한국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한 신형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도 참관했다. 핵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지켜보며 노골적으로 핵위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핵추진잠수함 보유 시 핵보복 가능해져”

김 위원장은 “해군의 핵무장화가 절박한 시대적 과업이며, 국가 핵전략 무력 건설의 중핵적 요구”라면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사업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이 전했다. 여기서 언급된 ‘핵잠수함’은 핵장착 미사일의 다량 탑재가 가능한 핵추진잠수함, 즉 ‘전략핵잠수함’을 의미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 참관하에 ‘전술핵공격잠수함’(김군옥영웅함)을 진수했다. 이 신형 잠수함은 전술핵을 장착한 탄도·순항미사일을 최대 10기가량 실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디젤 엔진 방식의 재래식 잠수함인 만큼 하루 2, 3차례 물 밖으로 나와 디젤 터빈을 돌려 축전지를 충전해야 한다. 연료도 주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미의 대잠 초계기 등에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군도 북한이 로미오급을 무리하게 개조해 공개한 만큼, 이 잠수함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고 정상 운용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전략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사정은 확 달라진다. 전략핵잠수함은 수개월 이상 부상(浮上)하지 않고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적국 인근 앞바다까지 몰래 접근해 핵타격도 가할 수 있다. 전략핵잠수함이 핵무기의 ‘결정판’이자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전략핵잠수함을 보유하면 핵타격 능력이 미 본토까지 닿을 만큼 획기적으로 강화되고 ‘제2격(핵보복)’도 가능해져 미국과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미 당국은 북한이 핵잠수함 강국인 러시아로부터 핵추진잠수함의 ‘심장’인 소형원자로와 깊은 잠항을 위한 고강도 압력 선체 제작 기술 등 핵심기술을 입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북한 자체적으로 핵잠용 소형원자로 개발은 불가능하다”며 “대규모 무기 제공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에 소형원자로 기술 등을 요청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주일미군 겨냥 신형 SLCM 발사

북한 매체들은 29일 ‘불화살-3-31형’이 화염을 내뿜으며 물 밖으로 솟구치는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이 구체적인 발사 수단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우리 군은 잠수함에서 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지난해 3월처럼 신포급 잠수함이나 기존 로미오급에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작년 9월 진수한 전술핵공격잠수함과 그 후속함에 장착할 신형 SLCM을 테스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고도로 경로를 수시로 바꿔 수 m 오차로 타격하는 순항미사일은 사전 포착이 힘들다. 특히 수중에서 쏘면 기습 능력은 배가 된다.

북한이 공개한 비행 시간(약 2시간 3∼4분)을 고려하면 비행 거리는 1500km 정도로 추정된다. 발사 해역(신포 앞바다)에서 F-22 스텔스전투기 등이 배치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거의 정확히 닿는 거리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화성-18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작으로 이달 14일 극초음속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9일엔 핵어뢰(해일-5-23) 등 한국과 괌 기지, 미 본토를 겨냥한 신종 핵 투발 수단을 줄줄이 시험발사했다. 이들 무기는 3년 전 8차 당대회 직후 제시된 ‘전략무기 최우선 5대 과업’에 모두 포함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