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연초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도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새로운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키워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의 등락’과 ‘경제 회복’을 꼽을 수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경제지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미국 등의 선거 후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새로운 주도주가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어떤 포트폴리오가 유효할까.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는 안정을 유지하면서 현금흐름과 시장 성장에 따른 ETF를 고루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부문 성태경 대표는 “올해 금융계 주요 이슈는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보이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인컴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 대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알파 수익도 놓칠 수 없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투자를 함께 추천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천하는 ETF 전략을 살펴봤다.
변동성 시장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월배당 ETF’다. 월배당 ETF는 매월 꾸준하게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커버드콜(covered call) 전략을 활용,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다소 비싼 가격에 팔아 위험을 피하고, 추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A 자산을 사고 같은 자산을 1만1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도한다면, 자산이 1만1000원 아래서 움직일 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커버드콜 월배당 ETF는 이렇게 얻은 프리미엄을 투자자들에게 매월 지급하는 상품인데, 2023년 연간 분배율 1위는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 ETF’다.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면서 커버드콜 전략을 100% 사용해 월 1%대의 높은 분배율을 추구하는 해당 ETF는 국내 대표 고배당 ETF로 자리 잡았다.
성장성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ETF
올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성장주의 대표 주자, 미국 빅테크 기업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골드만삭스는 이들이 2024년에도 시장 전체를 아웃퍼폼하면서 증시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 인하 움직임까지 본격화된다면 미국 테크 톱10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국테크TOP10INDXX ETF’, ‘TIGER 미국테크TOP10(H) ETF’ 등이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는 반도체 ETF다. 올해 미국 제조업 경기가 개선된다면 반도체 수출 시장이 호황을 맞을 것이고, 여기에 AI 반도체 시장까지 성장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큰 수혜가 예상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AI 반도체 핵심 공정 기술을 갖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ETF’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Fn반도체TOP10 ETF’ 등을 선택한다면 중장기적인 반도체 산업 성장에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정적인 이자수익 실현할 수 있는 ETF자산 배분 관점으로 볼 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에서 채권형 ETF도 빼놓을 수 없다.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장기채 ETF,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는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1~2년 정도의 짧은 듀레이션으로, 장기채권 대비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상품으로 여겨진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일반 채권처럼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투자자는 만기까지 보유 시 투자 시점에 예상했던 만기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고, 시장 금리 변화에 따라 중도에 추가 매수하거나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으로는 ‘TIGER 25-10회사채(A+이상)액티브 ETF’와 ‘TIGER 24-12금융채(AA-이상) ETF’가 있다.
이 외에도 포트폴리오 일부분을 현금성 자산으로 두고 싶은 투자자라면 금리추종형 ETF를 고려해볼 수 있다. 순자산 기준 국내 최대 ETF인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는 매일 고시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하는 국내 최초의 금리형 ETF다. 매일 이자가 복리로 쌓이고 은행예금과 달리 쉽게 현금화가 가능해 은행 파킹통장을 대체하는 파킹형 ETF다. 올해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고금리 환경을 누리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연 3%대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단 하루만 투자해도 수익이 난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