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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개선은 치열하게, 도전-혁신은 과감하게”

입력 | 2024-01-31 03:00:00

[위기에도 다시 뛴다]주요 기업 총수가 말하는 2024년 새해 전략
“거문고 줄 다듬듯 다시 팽팽하게”
미래 거머쥘 새로운 기술 확보 집중
대내외 위기 맞아 내실 다지기 나서
차별화된 가치 만들 변화 역량 주문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일부 회복 신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 경제를 강타했던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위기는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내부 정비를 다짐하는 한편 새해 첫 달부터 국내외 현장 경영 행보에도 바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신년사를 내지는 않았다. 대신 새해 첫 경영 행보로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6세대(6G) 통신 기술 개발 현황과 미래 연구개발(R&D) 전략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이어서 16일에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24 삼성 명장’ 15명과 간담회를 열고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격려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거문고 줄을 다듬는 자세’를 꺼내 들었다. 최 회장은 1일 전체 구성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전했다. 또 “큰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넓고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처럼 올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 환경을 우리 스스로 성장에 맞는 내실을 갖추는 계기로 삼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대내외 위기를 맞아 전사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3일 경기 광명 기아오토랜드 광명공장에서 전사 신년회를 열고 “올해를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지속 성장해 나가는 해로 삼아 여러분과 함께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고객, 더 나아가 인류와 함께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의 화두로 ‘차별적 고객 가치’를 제시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전체 구성원에게 보낸 신년사 영상 메시지에서 “지난 5년간 고객 가치 혁신을 위해 노력하며 높아진 역량만큼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모든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 경험 혁신을 이야기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의 고객 경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 가치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롯데그룹은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 경제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돌입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압도적 우위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각 사업의 핵심 역량을 고도화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도 과감히 개편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총수는 올해를 위기 극복의 해이자 새로운 도전의 해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생존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를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새해를 “그동안 GS가 착실하게 준비해 온 신사업들이 본격적으로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회의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미국발 금융 긴축 정책 완화로 시장 회복을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그 속도가 더뎌지고 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연착륙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