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지혜를 비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삶에 대한 안목과 지혜가 깊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서예가이자 시인인 아이다 미쓰오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지기는커녕 생각이나 마음이 굳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60대 초반이었을 때 신문에 연재한 서예와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도자기와 도자기를 부딪치면/그 순간 깨져버리지./어느 한쪽이 부드러우면 깨지지 않아./부드러운 마음을 지닙시다./이렇게 말하는 나는 언제나 딱딱한 도자기.” 시인은 도자기를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은유로 사용한다. 도자기처럼 딱딱한 마음들이 서로 부딪치면 깨지고 상처를 입는 법이니 그러지 않으려면 부드러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것의 핵심은 “이렇게 말하는 나는 언제나 딱딱한 도자기”라는 마지막 말에 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자기도 부드러워지기는커녕 생각이나 마음이 도자기처럼 딱딱해졌다는 의미다. 자신에 대한 서늘한 응시와 성찰에서 나온 말이다.
부드러움에 대한 그의 예찬은 계속된다. 그는 싹이 돋고 자라는 것도, 작은 잎이 자라는 것도, 대나무가 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부드러움을 점점 잃어가고, 나이가 더 들면 뼈만 굳어지는 게 아니라 생각과 마음도 굳어진다는 거다. 마음이 몸을 따라간다고나 할까, 몸이 늙으면서 마음도 늙는다는 논리다. “나이가 들면서 괴로운 것은/다리 허리 문제뿐만 아니라/생각이 굳어지는 것이며/또 마음이 굳어지는 것입니다.” 시인은 나이가 들어 생각과 마음이 딱딱한 도자기처럼 굳어져 가는 것이 괴롭다며 이렇게 말한다. “부드러운 마음을/지녀야겠습니다./언제까지나 마음의 젊음을/간직할 수 있도록.” 결국 이것은 남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조언인 셈이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