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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부동산 시장, 꽁꽁 얼어붙었다

입력 | 2024-01-31 03:00:00

땅값 떨어졌지만 매매 거래 없어
코로나19 이전보다 공실률 높고
임대 가격-권리금 수준도 하락
미분양 주택 2510가구로 증가



제주시 연동의 한 대형 건물 상가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외지인 투자 축소, 고금리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역 경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9일 오전 제주시 연동 번화가에 있는 한 대형 건물 음식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수개월째 붙어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쇼핑·숙박·유흥의 중심지인데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 구도심 중심지인 중앙로 일대에도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건물 곳곳에 걸려 있다.

땅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매매는 뜸한 상황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 과수원 매매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당 30만 원을 웃돌았으나 지금은 10만 원대로 급락했다. 서귀포시 한 식당주는 “너무 올라버린 대출자금 이자를 갚으려고 점포를 내놓았지만 수개월째 문의가 없다”며 “어찌해야 할지 너무나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제주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외지인 투자 축소, 고금리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건설사 부도가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최근 발표한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평가 및 리스크 점검’에서 제주 상가의 공실률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임대 가격과 권리금 수준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월평균 420채에 달하던 도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인 214채 수준으로 급락했고 공실률과 수익률도 하락했다. 제주시 중앙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에 달했고 노형오거리 집합 상가는 21.3%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 집합 상가의 연간 투자수익률은 각각 2.07%, 1.92%, 2.71%로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하위권이다.

건설 시장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영난으로 폐업한 건설사는 74곳으로 2022년 56곳보다 18곳이 늘었다. 주택 시장이 침체하면서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는 등 수익성과 안정성이 동반 하락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제주의 미분양 주택은 2021년 말 836채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2510채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상태인 ‘악성 물량’은 997채에 이른다.

대출금 등을 제때 갚지 못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을 처분하는 임의경매 건수는 2022년 1872건에서 지난해 두 배가량인 3883건으로 늘었다. 가압류 처분도 2022년 5054건에서 지난해 8532건으로 69%가 증가했다. 고금리, 수익 감소 등으로 기업이나 가계의 경제 사정이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박으뜸 한국은행 제주본부 경제조사팀 과장은 “올해에도 주택 매매 가격과 거래량 모두 부진한 흐름이 예상되면서 건설 투자, 민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 지원을 통해 지역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기관은 부동산 관련 대출 리스크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