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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으로 숨진 치매 노인…“요양원이 기저귀 3겹 채우고 휠체어에 묶어”

입력 | 2024-01-31 16:45:00

충북 청주의 한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70대 A 씨의 모습. (유족 제공) 뉴스1


충북 청주의 한 노인 요양원에서 70대 치매 환자가 패혈증에 걸려 사망했다. 유족은 요양원이 오염된 기저귀를 갈지 않아 패혈증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요양원 측은 과실을 부인하고 있다.

31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일 청주의 한 노인 요양원에 입소한 A 씨(74)는 2주 만에 고열 증세를 보여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는 요로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진단받고 치료받다가 병원에 간 지 2개월여 만에 숨졌다.

유족은 “요양원이 아버지에게 기저귀 3개를 동시에 착용시키는 등 오염된 기저귀를 방치해 요로 감염에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요양원 측에 기저귀 관리에 대해 항의하자 담당 직원은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갑자기 이 직원은 해고되고 연락이 닿지 않으며 요양원 대표는 책임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양원 대표는 “남성 치매 환자의 경우 소변이 잦아 기저귀를 3개까지도 착용하게 한다”며 “요로 감염은 이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인데 이를 사망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다. A 씨는 고령인 데다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어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것”이라고 연합뉴스를 통해 주장했다.

유족은 요양원 측이 거동에 문제가 없던 A 씨를 휠체어에 태워 신체를 구속하는 등 노인을 학대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족으로부터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한 충북도 노인전문 보호기관은 요양원 측이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체 억제대를 활용해 A 씨를 휠체어에 결박한 사실을 확인했다. 기관은 신체적 학대 판정을 내렸다.

유족이 입수한 투약 기록지에서는 A 씨가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당뇨·혈압약이 일주일간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유족은 지난 18일 경찰에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요양원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유족과 요양원 대표를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유족 측이 주장하는 요양원의 학대 행위 여부와 사망 원인의 연관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