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인증 부정으로 고객의 신뢰를 배신하고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토요다 아키오(豊田章男·67) 회장이 지난달 30일 지난해부터 불거진 그룹 내 인증 조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도요타 안팎에선 특유의 ‘경직된 소통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토요다 회장은 본사가 있는 나고야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잃어버렸다”며 “책임자로서 그룹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토요다 회장은 창업주 가문 4세다.
부정이 거듭 적발되며 일본사회에선 도요타 사내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단기 개발 일정의 엄격함, 상사에게 ‘못하겠다’ 말할 수 없는 조직 문화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내부 조사 보고서에도 이런 점은 잘 드러난다. 자회사 직원들은 “생산 시작 일정을 늦추면 회사에 피해를 준다”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지만 말해봤자 들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등의 증언을 했다. 상사에게 의견을 제시해도 “그래?”라는 답만 돌아와 “말해봤자 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한다. 도요타가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대 생산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밀어붙이기 경영’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도요타 부정 파문은 일본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월 자국 제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1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