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500 상장 기업 중 31개는 전직 제너럴일렉트릭(GE) 직원이 이끄는 기업이었다. GE는 많은 인재를 양성해 다른 조직과 업계에서 유능한 리더를 배출하는 엘리트 기업, 이른바 ‘아카데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런 인재 인큐베이터는 1970년대부터 존재했다.
기업 조직도 및 임원 이동 데이터 제공 회사인 오피셜 보드는 2020년대 인재 인큐베이터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2023년 1∼2월 임원 85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어떤 기업이 최고의 인재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지, 어떤 자질과 관행이 그 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물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상위 25개 기업 중 4개는 맥킨지, 액센추어,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드컴퍼니 등 컨설팅업체였다. 5개는 기술 기업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IBM이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 교육은 하버드대, 회계는 딜로이트, PwC, EY, KPMG 등이 언급됐다. 유니레버, 프록터앤드갬블, 네슬레, 펩시코 같은 소비재 기업, 셸(에너지),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뱅크(이상 금융), GE, 지멘스, 보쉬(이상 공업), 존슨앤드존슨, 화이자(이상 제약) 등도 포함됐다.
인재 유치와 개발, 유지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조직은 시장에서 우수한 인재의 원천으로 인식된다. 한 응답자는 “이런 기업은 위대한 사업가가 탄생하는 초석이 되는 곳”이라고 답했다. 그 명성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에게 매력적이다.
인재 인큐베이터들은 신입 사원과 경력 사원 모두를 위한 ‘잘 정립된 채용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며 조직 내 인재 발굴이나 투자에도 탁월하다. 인재가 들어오기 좋은 곳일 뿐만 아니라 머물기 좋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런 기업은 직원들의 탈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한 헤드헌터는 “최고를 붙잡아 두고 나머지는 놔주는 것이 핵심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에 해당하는 인재는 다양한 산업군의 각종 직책으로 이직하고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인재 인큐베이터는 교육과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조직 최고위층의 지지 속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재를 개발한다. 온보딩(신입사원 적응)에서 시작해 내부 강좌, 외부 훈련, 외부 전문가를 통한 경영진 코칭, 사내 멘토링, 순환 직무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응답자들은 인재 인큐베이터가 폭넓은 경험을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한 응답자의 답변처럼 “부서 및 국가 간 순환 근무”를 통해 예비 리더에게 “사업이나 기능, 지역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인재 개발은 개인 맞춤형으로 이루어지며 능력주의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개인에게 부족한 부분과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제공한다.
인재 인큐베이터는 학습을 지원하는 높은 성과와 가치 문화를 갖고 있으며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우수한 운영 능력을 갖춘 조직이다. 응답자들은 문화를 이루는 주요 요소로 팀워크와 상호 협력, 탁월성과 높은 성과, 실수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신 등을 강조했다. 조직 운영의 우수성 측면에선 일관성 있는 고품질 관리, 새로운 기술 및 프로세스 채택, 문제 해결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방식과 명확한 프로세스 및 KPI 등이 언급됐다.
이 같은 응답을 종합하면 인재 인큐베이터는 환경에 대응하고 환경을 형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변화를 수용하며 트렌드를 좇기보단 스스로 만들어 내는 조직이다. 하지만 파괴적 혁신만을 신조로 삼는 신생 기업과 달리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공존하는 모델을 만든다.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최고의 리더 사관학교의 비결은?’을 요약한 것입니다.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
사라 애보트·로빈 에이브러햄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연구원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