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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도 안통했다”… 도요타 인증 조작 뒤엔 ‘경직된 소통 문화’

입력 | 2024-02-01 03:00:00

도요다 회장 직접 나와 머리 숙여
“고객 신뢰 배신, 제도 근간 흔들어”
단기성과 강조-밀어붙이기 경영
잇단 품질 문제 원인으로 지적




“품질인증 부정으로 고객의 신뢰를 배신하고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67·사진) 회장이 지난해부터 불거진 그룹 내 인증 조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도요타 안팎에선 특유의 ‘경직된 소통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다 회장은 전날 본사가 있는 나고야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잃어버렸다”며 “책임자로서 그룹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도요다 회장은 창업주 가문 4세다.

지난해 발생한 도요타 내부의 품질인증 부정은 자회사인 히노자동차(상용차), 다이하쓰(경·승용차)에 이어 그룹 모태인 도요타 자동직기까지 번졌다. 자동차 및 엔진을 판매하려면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도요타 자회사들은 이를 조작했다. 도요타 자동직기는 디젤엔진 출력시험에서 부정을 저질러 랜드크루저 등의 출하를 중지했다. 다이하쓰는 지난해 말 충돌, 배기가스, 연료소비효율 시험 조작이 드러나 일본 내 4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부정이 거듭 적발되며 일본 사회에선 도요타 사내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단기 개발 일정의 엄격함, 상사에게 ‘못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조직 문화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내부 조사 보고서에도 이런 점은 잘 드러난다. 자회사 직원들은 “생산 시작 일정을 늦추면 회사에 피해를 준다”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지만 말해봤자 들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등의 증언을 했다. 상사에게 의견을 제시해도 “그래?”라는 답만 돌아와 “말해봤자 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고 한다. 도요타가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대 생산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밀어붙이기 경영’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