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S24 공식출시 첫날 판매점들 ‘불법 보조금’ 경쟁 고가 요금제-부가서비스 조건 단통법 맞춰 산 소비자만 ‘호갱’
삼성 갤럭시 S24 시리즈가 공식 출시된 3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 강남 스토어에 갤럭시 S24 제품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저기 서 계신 여성분, 잘 해드릴 테니까 일단 오셔서 설명 듣고 가세요.”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기자가 ‘제일 싼 집’ ‘성지’ ‘비교 대환영’ 등의 홍보 문구를 붙인 판매점들 사이에서 머뭇거리자 한 판매점 직원이 기자를 향해 외쳤다. 삼성전자 ‘갤럭시 S24’(256GB) 가격을 묻자 A통신사의 9만5000원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2개를 6개월 동안 유지하는 조건에서 ‘48만 원’을 안내받았다. 출고가(115만5000원) 대비 67만5000원 싸다. 해당 직원은 “우리 가게는 사실 ‘성지점’(특히 싸게 파는 점포)이라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손님들이 오는 집”이라며 “이 가격에 샀다고 주변에 말하거나 지인들에게 가게를 소개하고 다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차별적인 보조금 경쟁을 금지한 단통법이 무색하게 판매점들은 훨씬 많은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판매점 외에 나머지 3곳은 10만 원 안팎의 요금제와 2, 3개 부가 서비스를 3∼6개월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50만 원 이상 가격을 깎아줬다. 아무런 정보 없이 합법적인 보조금만 받고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이 ‘호갱(호구+고객)’이 되는 셈이다.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단통법의 불합리함을 토로하고 있다. 성지 때문에 법을 지키는 판매점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더 지급해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성지들은 온라인으로 영업하는 곳들이 많아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도 단속을 피해 가기 쉽다”며 “오프라인 판매점들은 단속 위험을 무릅쓰고 박리다매로 불법 판매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성지 영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사가 일종의 포상 개념으로 판매 실적이 좋은 대리점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대리점이 판매량이 많은 성지점에 뿌려주는 관행이 불법 행위를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장려금을 전달받은 성지점은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뒤로는 마진을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