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부으면 붉어지는 ‘김홍도풍 취객’ BTS RM도 산 ‘반가사유상’ 뮷즈 레트로 열풍속 “힙하다” 인기몰이 문화유산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
18세기 후반 수묵채색화 평안감사향연도(오른쪽 사진)의 등장인물을 본떠 제작한 ‘취객 선비 3인방 변색 잔 세트’.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소주잔 겉에 편안하게 늘어진 선비 한 명이 그려져 있다. 차가운 액체를 부으니 선비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며 주변에 붉은 꽃이 핀다. 그야말로 기분 좋은 ‘취객’의 모습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지난달 출시한 굿즈 ‘취객 선비 3인방 변색잔 세트’ 중 하나다. 온도가 낮아지면 붉은색이 나타나는 ‘시온 안료’를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지난해 재단의 굿즈 공모전에서 당선된 디자인으로, 인터넷에서 “힙하다” “귀엽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며 출고된 1100개 상품이 완판됐다.
이 굿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18세기 후반 수묵채색화 ‘평안감사향연도’(가로 196.9cm, 세로 71.2cm) 속 취객을 본떠 제작됐다. 김홍도 화법을 이어받은 신원 미상의 화가가 대동강 일대에서 열린 평안감사의 취임 기념잔치를 묘사했다. 취객은 물론이고 아전과 악공, 장사꾼 등 조선 후기 사람들의 분주한 일상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앞서 2020년 박물관은 이 그림과 디지털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특별전을 열었다.
정병모 한국민화학교장(전 경주대 교수)은 “잔치를 함께 즐기는 민중의 모습이 유머감 있게 묘사돼 작품적 가치가 높다”며 “레트로를 즐기는 흐름과 맞물려 굿즈가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색잔 세트를 디자인한 김지예 씨(34)는 “인터넷에서 평안감사향연도가 ‘조선시대 취객의 모습’이라며 ‘밈’(인터넷 유행)이 된 걸 보고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국보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오른쪽 사진)을 모티브로 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국보 백제금동대향로(오른쪽 사진)를 본뜬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뮷즈는 젊은층을 박물관으로 이끄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뮷즈 구입자 중 20대(12.7%)와 30대(48.7%)의 비중이 전체의 61.4%에 달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레트로 열풍에 따른 뮷즈 인기가 문화유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