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예방과 치료 증상 거의 없어 알아채기 어려워 초음파-혈액 검사 매년 받아야 40세 이상 간질환 환자 특히 주의 백신 등으로 B-C형 간염 예방… 건강식품 남용 땐 간 기능 저하
간암 고위험군 환자는 간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연간 2회 받는 게 좋다. 중앙대 광명병원 제공
“간암 고위험군이라면 연 2회 두 가지 검사를 꼭 받으세요.”
2일은 간암의 날이다. 대한간암학회는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간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권장한다. 두 가지 검사를 쉽게 기억하라는 취지에서 간암의 날을 2월 2일로 정했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국내 암 발병률 순위 7번째지만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사망률이 높은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장정인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임선영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간암을 이기는 건강법’을 자세히 들어봤다.
● 만성 간질환 환자가 발생 위험 높아
자료: 대한간암학회
장 교수는 “특히 40세 이상 만성 간질환 환자들은 정기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병행하면 간암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간암은 혈액검사인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와 영상검사인 간초음파 검사로 선별 검사를 한다. 이 검사로 간암이 의심되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검사를 통해 간암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 고주파 열치료 생존율 절제술만큼 높아
간암은 진행 정도와 간 기능 저하 여부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수술로는 간 절제술과 간 이식 등이 있다. 환자의 간 기능이 양호하고 조기 간암이라면 간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고, 간 기능이 저하됐지만 간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식을 받을 수 있다.간 절제술은 암이 발생한 부위를 일부 떼어내는 수술이다. 간 기능이 나쁘지 않고 암의 크기가 작은 경우 절제술 이후 5년 생존율이 70%에 이른다. 그러나 간암 환자 대부분은 간경변증으로 간 기능이 저하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간 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10∼20%에 불과하다. 간 이식은 건강한 사람이나 뇌사자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으로 암 치료와 간 기능 정상화에 이상적인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뇌사 장기 공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응급 상황 등 이식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별도 공여자가 필요하다.
간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도 가능하다. 특히 고주파 열치료는 조기 간암일 경우 치료 후 생존율이 절제술만큼 높다. 경동맥 화학색전술은 간암에 혈액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막아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절제 불가능한 간암에서 간 기능이 비교적 저하돼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느 정도 진행된 간암에선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항암 약물 치료를 받기도 한다.
● “검증 안 된 건강식품으로 간 기능 저하도”
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B형 간염과 C형 간염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다만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파되는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환자의 혈액이 묻을 수 있는 면도기와 칫솔, 손톱깎이 등의 공동 사용을 피하고 비위생적인 문신, 피어싱 등의 시술도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도 피하는 게 좋다. 음주는 지방간뿐만 아니라 알코올 간염을 유발하고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해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 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 환자들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장 교수는 “만성 간질환이나 간암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야생 버섯, 약초 등을 잘못 복용하면 간 기능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임 교수는 “간 기능 개선제에 들어 있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은 간에서 합성하는 담즙에 포함된 성분 중 하나로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과 비교하면 함유량이 매우 적다”며 “간 질환자나 자주 술을 마시는 이들에게 일부 권장될 수 있지만 간 질환이 없는 사람이 간 기능 개선제를 장기 복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