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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97곳 총장들 “등록금 규제 폐지를”

입력 | 2024-02-01 03:00:00

대교협 정기총회서 정부에 건의문
“15년 넘은 동결로 재정 한계상황
나도 학부모, 교육 좋아져야 학생 와”
지방대 일부서 등록금 인상 움직임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 총장들은 이날 “15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상황이 사실상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뉴스1


“저도 학부모입니다. 등록금 인상을 (정부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냉난방 시설은 전기도 아니고 가스 방식인데 너무 노후화됐고, 강의실 책상은 수십 년 썼습니다. 대학 (교육) 품질이 좋아져야 학생도 오는 거 아닙니까.”(김춘성 광주 조선대 총장)

전국 대학 총장들이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정부를 향해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15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 상황이 사실상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 대교협 “등록금 규제 폐지해야”
고등교육법에 따라 등록금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다. 올해는 5.64%가 상한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을 국가장학금Ⅱ 유형 사업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대학은 지원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2022년과 2023년 법정 상한은 각각 1.65%, 4.05%였지만 사립대의 경우 평균 등록금 인상률이 각각 0.4%, 0.6%에 불과했다.

4년제 대학 197곳이 참여하는 대교협은 이날 발표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문’에서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국가장학금Ⅱ 유형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등록금 규제를 폐지하고 각 대학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및 학생 학부모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간 등록금 동결 정책에 협조해온 결과 대학 교육 경쟁력이 하락하고 생존을 걱정해야만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방 사립대 “더는 못 버틴다” 인상 움직임
일부 지방 사립대는 더 이상 재정난을 버틸 수 없다며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나섰다. 조선대의 경우 정부 정책에 따라 2009년 이후 등록금을 동결하다가 15년 만에 4.9% 인상을 단행했다. 김 총장은 “학교 예산을 다 공개하고 사정을 설명하자 학생들도 인상 결정을 이해했다. 학생이 오고 싶어 하는 대학을 만들려면 인상이 꼭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장학금Ⅱ 유형 22억 원을 못 받지만 등록금 인상분이 60억 원이라 학생에게 피해 가지 않게 보상하겠다”고도 했다. 다른 일부 지방 사립대도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대구 계명대는 올해 등록금을 4.9% 인상하기로 했고 강원 경동대, 부산 경성대와 영산대도 최근 등심위에서 올해 등록금을 각각 3.758%, 5.64%, 5.15% 인상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수도권 주요 대학은 여전히 교육부 눈치를 보느라 올해도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대교협 총회에서 총장들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만났지만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대화에서 등록금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대학 총장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정도였다. 한 대학 총장은 “단체 건의문은 괜찮지만 앞에서 대놓고 등록금 얘기를 하는 건 조심스럽다. 교육부가 돈줄을 쥐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선 신임 회장으로 박상규 중앙대 총장이 선임됐다. 임기는 3월 1일부터 1년이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