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논란] 50인미만 사업장 대표가 안전책임… 산안법서 사망사고 72% 처벌 받아 중대재해법선 기업대표 ‘책임 의무’… 영세업체 등 “처벌만 더 무거워져” 전문가들 “산업안전 법체계 손봐야”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35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중소기업인들이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 가운데 영세기업의 경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 기업체 대표들이 처벌을 받아왔음에도 새로 중대재해법이 도입된 걸 두고 중소기업 사이에선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2년 동안 유예했다. 하지만 여야가 추가 유예에 합의하지 못해 지난달 27일부터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등 83만7000곳이 중대재해법을 적용받게 됐다.
● 중소 사업장 사고 71.5%는 대표 처벌
한국노동법학회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 ‘중대재해 발생 시 산안법에 따른 규율 특성 등 연구’에서 상시근로자 50인 또는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2018∼2021년 발생한 사망사고 관련 법원 판결을 분석했다. 해당 기간에 발생한 사고 중 지난해 3월까지 1심 이상의 판결이 나온 사고 249건 가운데 178건(71.5%)은 사업체 대표에게 징역에 대한 집행유예, 벌금 등 형사처벌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광주에서 직원 10명 규모의 폐기물업체를 운영하던 박모 씨는 2021년 5월 1심 재판에서 산안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직원이 고장 난 파쇄기를 점검하다 몸이 끼어 사망했는데, 법원은 박 씨가 산안법상의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같은 해 8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2018년 대구에서 29억 원 규모의 원룸 신축 공사를 맡았던 개인사업자 A 씨도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로 이듬해 3월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전문가들 “산업안전 법 체계 개선해야”
이를 두고 건설업의 경우 본사와 분리된 소규모 사업장이 많아 산안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는 등 사각지대가 있고, 산안법보다 중대재해법 처벌 수위가 높은 만큼 중복 규제가 아니란 반론도 있다. 조흠학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훨씬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이번 법 확대 시행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 상당수는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을 포함해 전반적인 산업안전 법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50인 미만 기업들은 지금 산안법도 제대로 못 지키는 만큼 산안법부터 사고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 취지대로 경영책임자 처벌 등의 내용이 필요할 경우 산안법에 담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