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70일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사무소 둘 곳조차 몰라 지도부 빨리 협상 끝내야” 분통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명함을 돌린 곳이 내 지역구가 맞는지조차 모르겠다.”(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
“지역구 구분이 확실하지 않다 보니 어느 동네에 선거사무소를 둬야 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국민의힘 수도권 출마 원외 예비후보)
총선이 7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의 선거구 획정 논의가 늦어지면서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급한 마음에 선거운동은 시작했지만 ‘깜깜이 선거구’ 탓에 어느 동네까지가 내 지역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합구 또는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 출마자들은 당장 선거사무소를 어디에 낼지부터 막막한 상황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와 후원회 사무소를 1곳씩 설치할 수 있는데, 사무실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 수 있기 때문에 사무실 입지 선정은 가장 중요한 초기 선거운동 전략 중 하나다.
선거구 획정위가 분구를 제안한 경기 화성 지역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의 한 예비후보는 “후원회 사무실은 기존 지역구에, 선거사무소는 새로 생길 지역구로 예상되는 곳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경기 평택갑 최호 예비후보도 통화에서 “어디에 현수막을 걸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분구나 합구 이슈가 없는 곳 역시 예비후보들이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구 인구수 하한 혹은 상한을 맞추기 위해 선거 때마다 경계 조정이 이뤄지는데, 이마저도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충청 지역 원외 예비후보는 “기존 지역구 밖 경계 조정이 예상된 곳까지 일단 돌아다니며 명함을 뿌리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당 지도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건 선거구 획정 협상이 선거제 협상과 맞물려 있기 때문.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잘 알고 있지만 선거제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 선거구 획정만 먼저 결론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거대 양당이 선거제 협상 과정에서 각자 원하는 선거구 밑그림을 ‘교환 수단’으로 활용하려다 보니 선거구 획정이 같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