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파월 “3월 금리 인하 어렵다” 시장 기대에 찬물…4연속 동결

입력 | 2024-02-01 05:36:00

연준 금리 4연속 동결 5.25~5.50%
파월 “3월 금리 인하 어려울 듯”
“물가 하락 더 큰 자신감 필요” 수차례 언급
조기 인하 찬물에 나스닥 2.23% 하락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3월 금리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며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3월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시장의 3월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1월 31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자신감(Confidence)’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오고 있지만 정책 목표인 2%대에 지속가능하게 안착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과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3월 금리 인하 기대에 못을 박는 발언 직후 미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일제히 하락폭이 더 커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3%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2% 확신 전엔 금리 인하 없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임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성명에서도 시사됐다. 연준은 이날 기준 금리를 기존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히는 성명에 ‘추가 긴축(additional policy firming)’ 문구를 뺐다. 더 이상 인상은 논의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커질 때까지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2% 물가 목표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임을 내비쳤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2.9%로 2%대에 진입했음에도 아직 물가안정을 확신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기자회견 질문으로도 ‘현재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자신감‘을 갖기 어렵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6개월 치 물가 데이터가 충분히 낮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가 2% 물가로 돌아갔다는데 충분한 자신감을 주느냐의 문제”라며 “더 좋은 지표가 아니라 더 많은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아직 승리를 선언한 것이 아니다”라며 물가가 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금리 인하에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했다. 



●이제 5월 인하 기대감?
이날 파월 발언의 톤은 ‘신중함’에 맞춰져 있었다. “물가 안정에 더 큰 자신감이 필요하다“, ”(현 지표가) 자신감을 갖기는 불충분하다“며 수도 없이 자신감이란 단어를 언급한 것이 이번 회의의 특징이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인하 시점을 두고 위원들 간에 견해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위원들 간) 견해 차이가 컸다. 이는 건전한 견해차이 였다”며 “위원들 간의 토론을 바탕으로 볼 때 3월 인하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못 박았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4.6%(4.5~4.75%)로 제시해 올해 세 차례 인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가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밝히자 시장은 3월 금리 인하에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이달 초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미국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강력하다며 “우리는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연준이 신중하게 금리 인하 시기를 고민할 수 있다고 언급해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다소 위축돼 왔다. 고강도 긴축 누적에 따라 경기 둔화가 예상됐음에도 미국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로 시장 전망치 2%를 크게 상회했다. 

윌리엄 두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파월 기자회견 직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지나치게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경제가 너무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이 강력한 소비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어 성급히 인하를 시도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빅 테크 실적이 일부 기대에 못 미친데다 시장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자 이날 나스닥지수는 2.23%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악의 하락폭을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
은 317.01포인트(0.82%) 하락한 3만8150.30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는 1.61% 하락한 4845.65로 장을 마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도 FOMC 기자회견 직후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30%대로 대폭 낮추고 5월 인하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