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집안일을 강요하며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옷장 정리하기’, ‘정신 차리고 행동하기’ 등 11개 항목을 한 달간 매일 A4용지에 쓰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적은 종이. ‘보배드림’ 캡처
7년간 이성 친구를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해 노예처럼 부린 3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30일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특수상해·강요·협박·특수폭행 등 9개 혐의로 기소된 A 씨(35)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의 남편인 B 씨(41)도 범행에 일부 가담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 씨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이성 친구 C 씨(34)를 폭행해 다치게 하거나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주먹 등으로 C 씨를 때리고, 휴대전화로 얼굴을 내리쳐 코뼈를 부러뜨렸다. 점화기기인 ‘촛불 라이터’를 불에 달군 뒤 C 씨 가슴에 대거나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다. 휴대전화 게임을 하는 C 씨를 폭행하고 30~4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키기도 했다.
2016년 A 씨와 결혼한 B 씨도 아내의 범행에 일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와 B 씨는 잠자는 C 씨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자물쇠를 채우고, 쇠사슬을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또 집안일을 강요하며 C 씨에게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옷장 정리하기’, ‘정신 차리고 행동하기’ 등 11개 항목을 한 달 동안 A4용지에 매일 쓰게 했다. C 씨를 협박해 총 8000여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C 씨는 2020년 집에서 나와 이들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 C 씨의 가족은 이들 부부에 대한 민사소송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C 씨의 친형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악마 부부에 의해 7년간 노예 생활한 친동생 사건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동생은 7년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고, 3년간 피 말리는 조사와 재판 과정을 겪었다”며 “동생이 그들에게 빼앗긴 돈 최소 8700만 원과 위자료까지 청구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 과정을 떠올리며 “가해자들에게서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고가 내려지고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님의 질문에 그 여자는 ‘한마디 말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법질서냐’며 따졌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