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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7년간 노예로 부린 30대, 판사에 “인생 망치는 게 법질서냐”

입력 | 2024-02-01 10:21:00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집안일을 강요하며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옷장 정리하기’, ‘정신 차리고 행동하기’ 등 11개 항목을 한 달간 매일 A4용지에 쓰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적은 종이. ‘보배드림’ 캡처


7년간 이성 친구를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해 노예처럼 부린 3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30일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특수상해·강요·협박·특수폭행 등 9개 혐의로 기소된 A 씨(35)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의 남편인 B 씨(41)도 범행에 일부 가담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 씨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이성 친구 C 씨(34)를 폭행해 다치게 하거나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 씨는 2011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C 씨와 친구로 지내다가 이듬해 여름부터 당시 남자친구였던 B 씨와 함께 셋이 동거했다. 2013년 6월 A 씨는 C 씨에게 유사 성행위를 한 뒤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심리 지배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주먹 등으로 C 씨를 때리고, 휴대전화로 얼굴을 내리쳐 코뼈를 부러뜨렸다. 점화기기인 ‘촛불 라이터’를 불에 달군 뒤 C 씨 가슴에 대거나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다. 휴대전화 게임을 하는 C 씨를 폭행하고 30~4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키기도 했다.

2016년 A 씨와 결혼한 B 씨도 아내의 범행에 일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와 B 씨는 잠자는 C 씨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자물쇠를 채우고, 쇠사슬을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또 집안일을 강요하며 C 씨에게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옷장 정리하기’, ‘정신 차리고 행동하기’ 등 11개 항목을 한 달 동안 A4용지에 매일 쓰게 했다. C 씨를 협박해 총 8000여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C 씨는 2020년 집에서 나와 이들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기간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A 씨는 주도적으로 범행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주도적으로 대부분의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으나 배우자의 범행에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했다”며 “B 씨의 존재도 배우자가 범행하는 데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C 씨의 가족은 이들 부부에 대한 민사소송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C 씨의 친형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악마 부부에 의해 7년간 노예 생활한 친동생 사건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동생은 7년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고, 3년간 피 말리는 조사와 재판 과정을 겪었다”며 “동생이 그들에게 빼앗긴 돈 최소 8700만 원과 위자료까지 청구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 과정을 떠올리며 “가해자들에게서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고가 내려지고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님의 질문에 그 여자는 ‘한마디 말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법질서냐’며 따졌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