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다른 이슈와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나갈 것”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법에 대해 “다른 이슈를 대해왔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플랫폼법은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해 경쟁자 밀어내기 등을 하지 못하게 규율하는 내용이다. 미 빅테크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 상공회의소 등은 이미 공개 반대에 나섰다. 미 고위 당국자도 이날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법안 검토 결과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문제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페르난데스 차관은 미국이 올해부터 중국으로부터 배터리 핵심 부품이나 원료인 광물을 조달한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조치와 관련해선 “(한국 측) 의견을 확실하게 전달받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들과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한 세부 지침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2월 중국 등을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하고, 여기서 핵심 부품을 조달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해외우려기업으로부터 핵심 광물 원료를 조달받은 전기차 업체는 이듬해인 2025년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를 두고 국내에선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는 국내 전기차 업계 등이 불이익을 받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대선 주자들이 IRA 폐기 또는 보조금 축소 공약을 내세우면서 국내에서는 법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 차관은 “(IRA에 대해) 미국 내 초당적 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RA 발효 후 10년 안에 전체 투자액이 1조7000억 달러에 달하고, 앞으로 15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전문가 전망이 있다”며 “ 법안 영향으로 실업률도 오랜 기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근거도 제시했다.
●“韓 기업들이 IRA법 가장 잘 활용… 보조금 검토 후 최대한 빨리 지급”
페르난데스 차관은 법안 발효 1년 6개월이 된 IRA 법에 대해서 “우리의 공급망 취약성을 공동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인데, 그 어느나라보다 한국 기업들이 잘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2위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측면 등을 언급한 것.미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일부 지연되고 있다는 국내 산업계의 지적에 대해선 그는 “납세자들의 돈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룰 수 밖에 없다”며 “검토가 끝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최근 중국이 갈륨·게르마늄·흑연 같은 특정 광물의 수출량을 제한하고 나선 상황과 관련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배운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주요 원자재 (조달을) 1~2개국에 의존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또 한미, 캐나다, 일본, 독일 등 자유민주진영 국가 다수가 참여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거론하면서 “초기부터 구성원이었던 한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 관련해 최근에 몽골을 함께 방문하는 등 우리에게 많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