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26차례 업무 보고…관행 깨고 토론 중심 MZ세대 거침없는 질문, 반짝 아이디어 쏟아져 이 시장 “고양시가 먼저 가면 표준” 직원 격려
한 직원이 갑자기 던진 질문에, 이동환 경기 고양시장은 순간 당황했다. 고양시에서 최근 열린 신년 업무 보고 모습이다. 해마다 1월이 되면 수백 페이지의 보고서를 읽고, 시장의 훈시로 끝나는 하향식 업무 보고가 일반적이었다.
최근 80~90년대생 MZ세대들이 공직사회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하향식, 재탕 삼탕 보고’ 관행은 사라지고 형식과 내용이 새롭게 바뀌었다.
과거 같으면 침묵하거나 질문에만 간단히 답했던 MZ세대 공직자들이 현안이나 개인적인 고민거리까지 거침없이 털어놨다. 20대 초반의 한 직원은 “스무 살에 공무원이 됐다. 선배들이 ‘그 나이면 뭐든 하겠다’라면서 정작 뭘 해야 할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시장님이 조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법도 무시하고 무조건 해 달라는 민원인을 어떻게 응대해야 하나”고 묻는 직원도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참신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유휴 공간을 스포츠·문화 시설로 조성하거나 환경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직원도 많았다. 빗물을 임시 저장하는 유수지에 테니스장을 만들고, 고양종합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를 상영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커피 소비량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커피 찌꺼기를 축산농가의 악취 제거에 재활용하거나 커피 유통센터를 유치하자는 의견도 냈다. 수돗물을 외지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를 하천 상류에 확보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 시장은 “흔히 공무원들은 법을 핑계 삼아 관행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라며 “실무자들이 ‘고양시가 걸어가면 표준이 된다’라는 생각으로 공직 사회의 그릇된 문화를 혁신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