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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 판매 중단

입력 | 2024-02-02 03:00:00

허가 후에도 효능 논란 → 매출 급감
추가 임상 필요한 자금도 조달 못해
알츠하이머 신약 경쟁 치열해질 듯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저하를 늦춰주는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허가 이후 효능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며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자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두헬름이 물러나며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을 누가 선점할 수 있을지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오젠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아두헬름의 모든 개발과 판매를 중단하고 후속 제품인 ‘레켐비’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두헬름은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30년까지 효능을 추가적으로 입증하는 임상 4상을 진행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젠은 지난해부터 임상 4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외부 파트너도 찾지 못해 임상 및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두헬름의 실패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알츠하이머는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뇌에는 외부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촘촘한 ‘장벽’이 있어 약물이 통과하기도 어렵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제약업계는 아두헬름이 노렸던 초기 알츠하이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레켐비는 지난해 7월 FDA 승인을 받았고, 도나네맙은 올해 초 승인이 예상된다. 두 치료제 모두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발견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달라붙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항체 치료제다. 치료 방식이 동일하기 때문에 인지 저하 지연 속도, 부작용 발현 빈도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도 젬백스앤카일, 차바이오텍, 아리바이오, 엔케이맥스 등 여러 바이오 기업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젬백스앤카일의 ‘GV1001’은 글로벌 임상 2상, 국내에서는 삼성제약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