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위(河西尉)를 맡지 않은 건, 처량하게 허리를 굽혀야 하기 때문이었지.
늙은이라 분주히 오가는 게 걱정스러웠는데, 율부(率府)의 일은 그런대로 한가롭지.
술 즐기려면 적은 녹봉이나마 꼭 있어야 하고, 거리낌없이 노래하려면 이 조정에 기댈 수밖에.
고향으로 돌아갈 꿈 사그라진 지금, 고개 돌려 광풍을 마주하네.
(不作河西尉, 凄凉爲折腰. 老夫怕趨走, 率府且逍遙. 耽酒須微祿, 狂歌托聖朝. 故山歸興盡, 回首向風飇.)
―‘관직을 정한 후 재미 삼아 보내다(관정후희증·官定後戱贈)’두보(杜甫·712∼770)
관직을 향한 두보의 집념은 절박했다. 두 차례 과거에 실패한 후 현종에게 자신의 재능을 어필하는 문장을 세 차례나 올렸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세도가나 그 측근에게 자신을 천거하는 시를 줄기차게 보냈다. 자기 재능을 과시함과 동시에 상대를 치켜세우는 칭송 위주로 내용을 채우려다 보니 한량없이 긴 장시가 되기 일쑤였다. 무수히 올린 자천(自薦)의 시가 주효했던지 마침내 좌상 위견소(韋見素)가 그를 하서 현위(縣尉)로 천거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