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KB경영연구소 ‘2023한국반려동물보고서’는 국내 반려가구가 552만 가구, 반려인은 126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7%라고 밝히고 있다.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년간 1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는 상당한 품이 든다.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원영 우리아이동물병원 원장·‘우리 아이 첫 반려동물’ 저자
누구든 사랑하는 존재를 볼 때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보호자의 눈에는 반려동물이 뭘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들은 또 하나같이 천진난만하다. 그들과의 관계에서는 그 어떤 계산, 평가, 가식, 방어도 필요 없다. 우리가 늘 불편해하는 그런 것들이 개재될 틈이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와 사는 시간이 마냥 행복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물론 즐거운 시간이 많겠지만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이 힘들고 고단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동안 몰랐던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떨 때는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생소하고 때로 견디기 힘들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선물이다.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그저 감각적 만족과 통장의 잔고뿐이라면 얼마나 허전한 삶인가. 삶의 근원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고, 가장 순수한 사랑 중 하나가 반려동물과의 조건 없는 사랑이다.
삶은 숱한 만남의 연속이며, 그 길에 부모도 있고 친구도 있고 연인도 있고 타인도 있지만, 반려동물들은 그 사람들과는 너무나 색다른 만남을 선사한다. 전에 몰랐던 내 모습을 보며 감격스러울 정도의 생기를 자주 느끼게 된다. 그들의 생기가 그대로 전해져 덩달아 나도 생기 있게 살게 된다. 살아 있는 그 녀석들이, 죽어가는 우리들의 한 부분을 살리고, 그래서 우리를 온전히 살아나게 한다.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의 ‘한 동물을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 영혼의 일부는 잠든 채로 있다’라는 말이 이 뜻이 아닐까 싶다.
이원영 우리아이동물병원 원장·‘우리 아이 첫 반려동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