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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전쟁중 총사령관 경질… 일각 “대선앞 정적 제거”

입력 | 2024-02-02 03:00:00

대통령보다 인기 많은 사령관
대반격 지지부진속 갈등 골 깊어져




24일이면 러시아의 침공 2년을 맞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전쟁을 이끌고 있는 ‘철의 장군’ 발레리 잘루지니 총사령관을 경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루지니 총사령관이 군 안팎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리 ‘정적 제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틀 전 회의에서 잘루지니 총사령관에게 경질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의 전쟁 피로와 서방 지원이 줄어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총사령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현재 경질설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이 또한 경질이 공식화하면 잘루지니 총사령관의 지지층이 결집할 것을 대통령실이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양측의 불화는 지난해 11월부터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당시 잘루지니 총사령관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반격 상황을 제1차 세계대전의 교착 국면에 비유하며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측은 “언론에 나와 최전선 전황을 털어놓는 것은 침략자(러시아)를 돕는 격”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잘루지니 총사령관은 ‘민중 영웅’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지난해 12월 키이우사회학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에 대한 긍정 평가는 88%로, 젤렌스키 대통령(62%)을 크게 앞섰다. 우크라이나군이 2022년 11월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수복한 뒤 도시 곳곳에 잘루지니 총사령관의 얼굴과 ‘우리에게는 신(神)과 잘루지니가 있다’라고 쓴 벽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정부는 전쟁을 이유로 3월로 예정됐던 대선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선 실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총사령관 교체가 우크라이나군에 도움될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루지니 총사령관은 그간 서방 주요국과 강한 유대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후임자가 누가 되든 그 정도의 끈끈한 관계를 새로 만들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