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만의 새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 제1야당 국민당 소속인 한궈위(韓國瑜·67) 입법위원이 선출돼 곧바로 취임식을 가졌다. 집권 민진당은 지난달 총통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같은 날 치러진 입법원(국회) 선거에서 제1당에 오르지 못했고 이날 입법부 수장 자리까지 국민당에 내줬다. 5월 취임하는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신임 입법원장은 국민당 내에서도 친중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친미 성향의 라이 당선인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입법원장 선거 2차 투표에서 한 원장은 전체 113명, 재적 105명인 현 입법원에서 54표를 얻어 민진당 소속 유시쿤(游錫堃) 전 입법원장을 3표 차로 제쳤다. 당초 1차 투표에서는 두 사람 중 아무도 과반을 얻지 못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제2야당 민중당이 2차 투표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국민당을 우회 지원한 결과 한 원장이 승리했다.
그의 승리로 민진당은 국정 운영에서 국민당은 물론 민중당의 협조가 절실한 처지가 됐다. 대중 노선에서도 일정 부분 야당의 눈치를 봐야 할 가능성이 있다. 민진당 출신 첫 총통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집권기에도 국민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져 정부 예산이 삭감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민진당이 민중당 측 인사를 내각에 대거 기용하는 방식으로 연정에 준하는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의 존재감 또한 덩달아 높아졌다. 그는 지난달 총통 선거에서 26.46%를 득표해 제2 야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의 벽을 넘겼다. 입법원 선거에서도 4년 전보다 3석 많은 8석을 얻었다. 그는 거대 양당에 비해 열세인 지방 조직을 정비해 4년 후 총통 선거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