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경기 성남시에 있는 회사 피트니스센터에서 사이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반도체 개발 및 설계 전문 업체 라온텍의 김보은 대표(55)는 2010년 배우 송일국 씨(53)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대회를 완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영은 대학 시절 배웠고 사이클만 타면 마라톤은 어떡하든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축구 명문인 부산 동래고를 다닐 때부터 축구를 즐겼다. 대학 시절엔 등산도 했기 때문에 운동엔 자신이 있었다. 다만 2005년 다친 왼쪽 무릎 연골이 문제였다.
“등산과 축구, 농구 등을 하다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어요. 6주 동안 목발을 짚고 다닐 정도로 큰 부상이었죠. 의사는 과격한 운동은 아예 하지 말라고 했어요. 언덕만 조금 올라도 통증을 느껴 운동은 꿈도 못 꿨어요. 이렇다 보니 건강이 좋지 않아 컨디션이 엉망이었죠. 그런데 송일국 씨가 철인3종 대회를 완주하는 걸 보며 ‘저런 사람도 있는데 난 뭐지?’라는 생각을 했죠.”
양종구 기자
“철인코스 첫 완주 때 비가 많이 왔죠. 양쪽 발바닥이 물집으로 엉망이 됐고 발톱도 6개나 빠졌어요. 그런데 그 고통을 참고 완주했을 때 ‘아, 이런 것을 인간이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자신감도 얻었죠.”
김 대표는 2011년 8월 목포철인3종대회 철인코스에서 15시간 42분 32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김 대표는 2022년 6월 제주 태양의 철인대회까지 철인코스를 10회 완주했다. 그의 완주 비결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이다. 그는 “철인3종 마라톤 땐 사실상 걷는다. 시속 6km로 걸으면 7시간이면 완주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철인3종 마라톤 완주 기록은 6시간대 후반에서 7시간대 중반이다. 그러고도 철인 칭호를 주는 17시간 이내로 9번 들어왔다.
“저는 철인3종이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당히 하면서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사업이 바빠 주중엔 거의 운동을 못 합니다. 해외 출장도 많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시간 있을 때 주로 사이클을 탑니다. 그러면서도 철인코스에 도전해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엄청난 고통이 따르지만 인내하고 완주하면서 제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줬어요.”
철인3종을 완주하며 쌓은 체력과 정신력으로 사업도 키웠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몇 번 망할 뻔했는데 각고의 노력으로 살려냈다. 철인3종의 힘이었다. 정신력 단련에선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다. 아내도 인정한다”며 웃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 직원들에게도 운동을 권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함께 사이클도 타고, 수영도 하고 있다. 대회 출전 땐 경비도 지원한다. 사원들과 철인3종 릴레이대회 등에 함께 출전하기도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