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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대 증원 규모’ 알맹이 빠진 필수의료 강화 대책

입력 | 2024-02-01 23:54:00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여덟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 일부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는 어제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4대 개혁 패키지’를 발표했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고,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하며,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또 의사들의 소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고, 4대 개혁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개혁 과제는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보완한 것으로 이 중 가장 구체화한 정책이 지역필수의사제다. 대학 지방정부 학생 3자가 계약을 맺고 장기간 지역근무를 하겠다는 의대생에게 장학금과 수련비를 제공하고 교수 채용과 주거 지원을 보장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역의사제 법안이 지역 의사의 복무 기간을 10년으로 의무화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정주 여건을 개선한 계약형으로 변형해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복무를 강제하는 지역의사제나 교수 채용 및 주거를 보장해주는 계약형 모두 의사들의 심각한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분을 지역인재 전형에 몰아준다고 한다. 지금도 지역 출신 의무선발 비중이 40%가 넘지만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의 절반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지역 정주형 의사를 키워내려면 지역 특화 수가제를 도입하는 등 별도의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 인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도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입학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 발표하지 않았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를 감안할 때 11년 후엔 의사가 1만5000명이 부족해 10년간 연평균 1500명 정도 증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 양성에 최소한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올해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교육과 수련 인프라의 수용 역량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증원 규모를 속히 내놓아야 대입 전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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