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주한미군 F-16 서해 추락 세계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韓 160여대 운용… 전체 전투기 43% 단발 엔진, 이상 생기면 속수무책… 엔진 자체 결함 여부는 확인 안돼
지난달 31일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F-16 전투기 한 대가 서해상에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F-16 계열 전투기는 주한미군에서도 운용하지만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이기도 하다.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F-16(한국에서 미국 기술로 생산한 KF-16 포함) 계열 전투기의 경우 1993년 이후 지금까지 14차례 추락했다.이 가운데 11차례(79%)가 엔진 관련 사고였다.
● 韓공군 F-16 추락사고 79%가 엔진 관련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하는 F-16 계열 전투기는 1970년대부터 4600대 넘게 생산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 전투기를 우리 공군은 물론이고 미공군 등 20여 개국이 운용하고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는 “F-16은 걸프전, 이라크전 등 1980년대 이후 일어난 전쟁에 거의 다 참가하며 실전에서 전투력을 검증받은 기종”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양한 무장을 장착할 수 있으면서 가격이 대당 7000만 달러(약 934억 원)로 저렴하고 유지비도 적게 들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은 기종”이라고 덧붙였다.
F-15K는 쌍발 엔진이라 엔진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엔진의 추력으로 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발 엔진을 쓰는 F-16은 엔진이 꺼지면 조종사가 비상탈출하고 기체는 추락시키는 게 최선이다. 엔진에 새나 돌멩이가 빨려 들어가거나 제작 과정에서의 결함 등 문제로 사고가 나면 대부분 기체를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쌍발 엔진 기종에 비해 단가가 낮고 유지·정비는 용이하지만 엔진 문제가 발생하면 회복 불가능해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 주한미군, 사고 원인 언론에 공개 안 해
일각에선 국내에서 F-16 계열의 추락이 잦은 게 기체 노후화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1986년부터 F-16을 들여왔지만 현재 남은 30여 대는 모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KF-16 전투기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능을 개량했다”며 “노후화된 기종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1994년부터 국내 생산을 시작한 KF-16도 2029년 완료를 목표로 2018년 들어 성능 개량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 공군의 경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만 “고무 패킹이 탈락해 엔진에 유입됐다”는 식으로만 밝힌다. 탈락한 이유가 뭔지 등 원인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 군 관계자는 “전투기는 그 자체의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사고 요인이 많아 엔진 사고라 해도 제작사 문제로 단정 짓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엔진 제작사 문제로 사고가 났다고 명쾌하게 결론 낸 건 1997년 두 차례 사고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