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한 달에만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에서 40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KB국민, 신한, 하나은행이 당분간 ELS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팔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ELS를 계속해서 판매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우리은행 측은 지난달 31일 “금융 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은행이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홍콩H지수 폭락의 여파에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400억 원입니다. KB국민(7조8000억 원), 신한(2조4000억 원), NH농협(2조2000억 원), 하나(2조 원) 등에 비해 크게 적습니다. 잔액 규모가 미미해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 논란에서도 빗겨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들이 국회의원에게 전달할 탄원서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속출하는 중입니다. 뉴시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던진 점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운이 좋았다’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우리은행이 ELS를 팔기는 했지만 '보수적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던 상황'도 크지 않았냐는 겁니다.
홍콩H지수 폭락에 앞서 우리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순서대로 겪었습니다. 2020년엔 DLF 사태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그로부터 1년 뒤에는 라임 사모펀드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당시 우리은행 투자상품부서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는 꾸준히 출시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중국 리스크와 연동되는 홍콩H지수의 변동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던 시기"라며 "고심 끝에 홍콩H지수 편입 상품을 '총판매 금액의 5% 이내'에서 팔기로 했었다"고 귀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