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느 날이었어요. 나중에 ‘삼둥이 아빠’로 유명해진 배우 송일국 씨가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해 완주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게 됐어요. 당시 저는 무릎이 아파 운동을 못하고 있었죠. 그때 ‘저 배우도 하는데 난 뭐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사이클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철인3종에 입문해 2022년까지 철인코스에 10번 도전해 모두 완주했다. 김보은 대표 제공.
“등산과 축구, 농구 등을 하다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어요. 6주 목발을 짚고 다닐 정도로 큰 부상이었죠. 의사는 과격한 운동은 아예 하지 말라고 했어요. 솔직히 약간 언덕만 올라도 통증을 느껴 운동은 꿈도 못 꿨어요. 수술 후 5년 동안 운동을 안 하고 살다 보니 인생이 너무 무료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TV에서 송일국 씨가 철인3종을 완주하는 것을 보며 ‘무릎이 아파도 한 번만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죠.”
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회사 피트니스센터에서 사이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2010년 철인3종을 시작한 그는 수영과 사이클로 다친 무릎을 튼튼하게 한 뒤 마라톤까지 섭렵해 ‘철인코스’만 10회 완주했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얼마 안 돼 철인3종 하프코스(수영 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도 도전해 완주했다. 2011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풀코스에서 4시간 56분 39초를 기록했다. 발톱이 4개 빠지긴 했지만 이번에도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그해 7월 그레이트맨 아산에서 아이언맨(철인) 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도 완주했다. 16시간 35분 56초. 철인3종 올림픽코스부터 시작해 마라톤 풀코스, 철인3종 철인코스 완주를 9개월 안에 다 이뤄냈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2019년 서호주 철인3종대회 철인코스를 완주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김보은 대표 제공.
김 대표는 2011년 8월 목포철인3종대회 철인코스에서 15시간 42분 32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김 대표는 2022년 6월 제주 태양의 철인대회까지 철인코스를 10회 완주했다. 그의 철칙은 ‘절대 무리하지 말자’이다. 그는 “철인3종의 마라톤 땐 사실상 걷는다. 전체 거리 중 10~20%를 달리고 80~90%를 걷는다. 시속 6km로 걸으면 7시간이면 완주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철인3종에서 마라톤 완주 기록은 6시간 후반에서 7시간 중반대다. 그러고도 17시간 이내 완주하면 철인 칭호를 주는 철인코스에 10회 출전해 모두 완주했다. 그는 지금까지 철인3종 하프코스 8회, 올림픽코스 14회, 마라톤 풀코스 9회, 그리고 울트라마라톤 100km도 1회 완주했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회사 피트니스센터 트레드밀을 달리며 엄지척을 하고 있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중국의 한 철인3종대회에 출전해 사이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보은 대표 제공.
라온텍은 공장이 없는 팹리스 회사다. 반도체 칩 등을 기획, 설계해 제조를 외주에 맡긴 뒤 다시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주로 스마트 안경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디스프레이를 만든다. 국내보다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다.
분당철인클럽 회장인 김 대표는 “회원들 중 제가 가장 게으르다. 사이클은 한 번 탈 때 3~4시간 100km 탄다. 그것도 2주에 한 번 정도다. 마라톤 훈련으론 한 달에 약 30km 정도 달린다. 수영도 가끔 한다. 그래도 철인코스 완주에는 큰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클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사이클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김보은 대표 제공.
“훈련도 중요하지만 완주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전 철인3종 대회에 참가해 질주하다 죽는 게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계속 관리해서 80세까진 철인3종 하프코스를 완주할 계획입니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성남=김동주 기자 z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