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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타고 ‘바이 저팬’ 붐… 日 경제-기업 펀더멘털은 변동 없어” [글로벌 포커스]

입력 | 2024-02-03 01:40:00

[‘잃어버린 30년’ 되돌린 日증시]
IMF 이코노미스트 출신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교수 인터뷰
日증시 활황 주요 원인은 엔 약세
美연준 금리 인하 시 타격 가능성




“일본 주식시장과 거시경제 상황에는 큰 괴리가 있다. 경제 지표는 신통치 않고 소비는 여전히 침체됐다.”

일본의 유명 경제학자인 시라이 사유리(白井さゆり) 게이오대 교수(경제학·사진)는 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최근의 주식시장 상승세를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 미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엔 가치가 오르면 증시 호조세가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의 증시 활황이 상당 부분 엔 약세에서 기인한 만큼 거시경제 환경 변화가 주가 상승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의미다.

시라이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한국 금융통화위원 격) 등을 역임했다. 국내외 언론에서 활발한 경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증시가 최근 크게 오른 이유는….

“중국 투자 의욕이 꺾인 미국, 유럽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일본을 선택한 게 주 원인이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열광적인 일본 투자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와 기업의 기본 방식은 변한 게 없다. 안정적이나 역동성은 없다. 일부 해외 투자자는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그런 변화는 없다.”

―1980년대 거품 경제 시기와 지금의 다른 점은….

“과거에는 일본인이 주식을 많이 사들여 주가가 높아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본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주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현 상황이 ‘거품’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까지 너무 낮았던 주가가 보통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해 증시 전망과 향후 변수는….

“엔저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엔저가 엔고로 바뀔 수 있고 주가도 변화할지 모른다. 다만 연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엔 약세는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증시에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피해 금리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

“솔직히 지금 일본은행이 금리를 정상화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일본 춘투(春鬪·대기업 노사 임금협상)에 따른 임금 상승률은 3.6%로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러나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1.3%에 그쳤다. 물가가 임금보다 더 올랐기 때문에 실질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일본은행이 금융 정상화 조건으로 내건 ‘2% 물가 안정 목표 견지’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나서는 건,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를 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부실 등 중국 경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현재 근본적인 정책 수단이 없다. (유명 부동산 회사 헝다에 관한 홍콩 법원의 자산 청산 명령 등) 부동산 부실에 관해 명확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 불신까지 겹친 뿌리깊은 문제다. 채무를 더 늘릴 수 없으니 금리 인하도 어렵다. 최근 중국 내 투자자금의 유출 또한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미국, 유럽 등이 중국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올해 중국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