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기업들 호실적 발표에 저평가 韓증시 밸류업 기대 더해져 “정책 실체 없어 테마주화” 우려
올해 들어 맥을 못 추던 코스피가 2일 3% 가까이 급등하며 약 한 달 만에 2,600 선을 되찾았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에 따른 미 증시 훈풍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가치주 열풍’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7% 오른 2,615.31에 마감했다. 올 들어 최대 상승률로 지난달 3일(2,607.31) 이후 약 한 달 만에 2,600 선을 넘었다. 지난달 31일 800 선이 무너졌던 코스닥지수도 이날 2% 넘게 오르며 814.77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은행·보험·증권주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은행주 중에선 KB금융(8.16%)이 8% 넘게 올랐고, 하나금융지주(7.50%), 신한지주(6.59%)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화생명(5.51%), DB손해보험(7.94%), 삼성화재(3.28%) 등 보험주도 강세를 보였는데 이 세 종목은 일주일 새 각각 33.3%, 23.1%, 24.0% 급등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저(低)PBR 종목들의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주가 부양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상장사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추가적 상승을 이끌 중요한 촉매제”라며 “기업과 정부의 개선 노력이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역대 최대인 1조894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저PBR 종목이 ‘테마주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정부 정책의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로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테마주적인 접근에 가깝다”며 “지금 상승세에 편승할 필요 없이 조치가 발표된 뒤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