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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제까지 소방관들의 가슴아픈 희생에만 기대야 하는가

입력 | 2024-02-03 00:00:00

2일 경상북도 문경시 신기동의 한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 2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문경소방서를 찾은 조문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하던 젊은 소방관 2명이 무너져 내린 건물에 고립돼 순직했다. 경북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구조 전문 소방관인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는 지난달 31일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해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에 발화 지점인 공장 3층으로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거세진 불길에 3층 바닥이 통째 내려앉으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끝까지 임무를 다하고 순직한 두 소방관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고, 빈소와 분향소에는 시민들과 동료 소방관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불이 난 공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피해가 컸다. 얇은 철판 속에 스티로폼을 채워 넣은 샌드위치 패널은 싸고 시공이 쉽지만 불이 쉽게 번지고 붕괴 위험도 크다. 최근 5년간 전국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일반 건물의 2배인 1만6000건의 화재가 발생해 1000명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건설현장 불시점검에서는 건물에 사용된 샌드위치 패널의 10%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이런 불쏘시개 건물을 지어놓고 불나면 사명감으로 뛰어들라 하나. 전수조사해 불법 자재 사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에 순직한 소방관들은 불이 난 공장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뛰어들었지만 모두 대피하고 남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공장 직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나 빈 건물에 들어가 희생을 당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화재 진압보다는 인명 수색 과정에서 소방관들이 순직하는 경우가 많다. 구조 전문 소방관들은 평소에도 사람의 형체와 화점을 알아내기 위한 열화상카메라나 무전기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소방관의 생명을 지켜주는 필수 장비를 개별 지급하고, 현장 지휘관의 역량과 소방대원 자신의 안전을 담보하는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400명 넘게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16년째 동결돼 민간 수준의 절반도 안 되는 간병료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료를 잃은 슬픔과 미안함에 심리적 장애를 호소하는 소방관들도 많다. 국민의힘은 각종 수당 인상과 근무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소방대원이 순직할 때마다 비슷한 대책들이 나왔지만 진압과 구조의 현장은 나아진 게 없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했던 제복의 영웅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