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언론과의 소통을 재개하면서 KBS 대담 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진행자와의 질의응답을 4일 녹화해 설 연휴 이틀 전인 7일 저녁 방송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국정 현안과 함께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나 명품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18개월 동안 미뤄온 생방송 기자회견 대신 녹화 대담을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대통령은 공개 질문을 15개월째 안 받고 있다. 기자회견은 재작년 8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신년 기자회견도 연달아 건너뛰는 셈이다. 대통령은 “질문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에선 정반대다.
이번 대통령 선택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KBS와만 대담하는 것은 다수 언론의 다양한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신 대통령이 사장 인사권을 가진 방송사 측 질문만 받는 것으로 관점도 질문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둘째, 시시각각 뉴스가 움직이는 현실에서 하루 전도 아니고 ‘3일 전 녹화’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 사흘 사이에 북한의 핵실험, 대형 정치 사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통령 답변은 구문(舊聞)이 되거나 맥락이 달라질 수 있다. 질문과 답변의 민감성을 미세 편집으로 걸러내려는 리스크 관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4일 녹화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공식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일 처리가 너무 불투명하다.
대통령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아니라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은 날 선 질문과 추가 질문이 나오는 기자회견을 위기로 여겨선 곤란하다. 그건 국정 주도자로서 대통령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