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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사람들 대니, 우리가 가진 수치심의 집약”

입력 | 2024-02-03 01:40:00

한국계 주연 스티븐 연 화상 인터뷰
“이민자 현실 韓시청자와 공감 영광
우상 송강호 선배와 비교 말도 안돼”



에미상 남우주연상 등 8관왕을 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속 주인공 대니 역의 배우 스티븐 연. 넷플릭스 제공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우리 모습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연기를 통해) 저 자신을 좀 더 받아들이게 됐고, 스스로에게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스티븐 연(41)이 작품과 자신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말했다.

이성진 감독(43)과 스티븐 연을 비롯해 한국계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 ‘성난 사람들’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대인의 고독과 분노, 불안을 날카롭게 포착해 냈다는 평가다. 작품 곳곳에 한인 교회, 한국 음식과 문화가 녹아들어 있어 ‘성난 사람들’의 성공은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2일 에미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들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는 극 중 연기한 대니에 대해 “우리 모두가 가진 여러 모습의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무력하고 통제력을 잃은 인물이고 저 역시 그런 감정에 굉장히 공감한다”며 “인물에 녹아들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배역이라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성난 사람들’에서 대니는 되는 일이 없는 한인 이민자 2세 출신의 도급업자다. 생활은 늘 쪼들리고, 부모님과 남동생을 건사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이고 산다. 스티븐 연은 대니의 분노와 절망, 외로움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에미상뿐 아니라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24일로 예정된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스티븐 연은 “(대니가 겪은) 이민자의 현실은 제가 직접 겪어서 잘 알고 있는 것들”이라면서 “제작진이 직접 겪은 일들을 진실하게 담아내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품을 통해 특히 한국 시청자분들과 깊이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2022년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와 버금가는 성과를 거뒀다는 칭찬에 대해서는 “송강호 선배님은 나와 이성진 감독에겐 영웅 같은 분”이라면서 “말도 안 되는 비교다. 비교 자체를 반박하겠다”며 웃었다.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은 작품의 성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극중 캐릭터 안에서 각자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마음속에 감춰져 있는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 싶었다. 내 내면의 어둠을 타인에게서 발견할 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