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USB로 KAI 기술 유출 시도 수출 승인 관련 문건 등 49건 담겨 출금 조치하고 정보당국서 조사
국내 기업에 파견돼 근무 중인 인도네시아 국적 연구원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관련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연구원이 소지하다 적발된 개인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에 저장된 자료는 총 49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21을 공동 개발 중이다. KF-21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일단 군사기밀 등에 해당하는 내용은 USB메모리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기술 유출 시도가 KF-21 사업 일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도네시아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이 사업 분담금을 1조 원가량 연체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번 일로 양국 협력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정보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능동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등 KF-21 개발의 핵심 기술 내용 등은 USB메모리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인니 직원 ‘미인가 USB’에 KF-21 자료… 내부 공모자 있는지 조사
‘KF-21’ 자료유출 시도
문건 49건 중 美 수출승인 자료 담겨… 민감한 내용 포함돼 한미 갈등 소지
‘공동 개발’ 인니, 분담금 제대로 안내
“이미 기술 유출한 것 아니냐” 의혹
미인가 개인 USB메모리에 자료를 담아 유출하려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연구원은 팀장급으로 알려졌다. KAI 측은 USB메모리에 군사기밀이나 방위사업기술보호법에 저촉되는 자료는 담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연구진의 회의 자료 등이 대부분이라는 것.문건 49건 중 美 수출승인 자료 담겨… 민감한 내용 포함돼 한미 갈등 소지
‘공동 개발’ 인니, 분담금 제대로 안내
“이미 기술 유출한 것 아니냐” 의혹
그러나 우리 정보당국 조사 결과,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E/L) 내용과 관련된 표지는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USB메모리에 담긴 49종 자료 중 하나로 확인된 것이다. KF-21 개발에는 미국으로부터 수출 승인을 받은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사의 기술 등이 적용된다. 우리 정부가 이를 인도네시아 정부와 공유하려면 미국으로부터 다시 별도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민감한 수출 승인 관련 내용이 이번에 적발된 USB메모리 자료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미 정부가 우리에게 항의할 가능성이 있다.
● 미 정부 수출 승인 관련 ‘표지’도 USB에 포함
KAI 관계자는 “미인가 USB메모리를 몰래 들여와 노트북 등에 꽂는다 해도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며 “소프트웨어 보안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민감한 기술은 유출될 수 없는 구조”라고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인도네시아 연구원도 “집에 있던 USB메모리를 모르고 들고 왔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보안에 가장 엄격해야 할 방산업체 내부에 미인가 USB메모리가 반입된 것 자체를 미 측이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표지에 언급된 미 정부의 수출 승인 관련 내용이 미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공유하지 않도록 한 내용이라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인니, 기술만 빼내려 고의 사업비 미납” 의혹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계약 당시, 시제기 1대와 일부 기술을 이전받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48대를 생산하는 조건으로 사업비의 약 20%인 약 1조7000억 원(이후 사업비 조정으로 1조6000억 원으로 감액)을 2026년까지 부담키로 했다. 2016년부턴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업체 PTDI 연구원 등 30여 명을 경남 사천 KAI 본사로 보내 공동 개발도 진행했다. 현재는 20명 안팎이 한국에 와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일이 터지면서 KAI로 파견된 인도네시아 연구진이 이미 기술을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500억 원, 2017년 1820억 원 등 사업비를 분할 납부키로 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낸 건 2016년 500억 원 한 차례에 그쳤다. 올해 1월까지 1조 원을 미납한 상태다. 이에 기술만 탈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번 일로 이런 의혹도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