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은요?”
3일(현지 시간) 미국 집권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공식 경선이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96.2%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가 승리 축하 행사에서 민주당 수뇌부에게 전화해 가장 먼저 물어본 사안은 투표율이었다.
현직 대통령이며 당내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승리는 투표 시작 전부터 예상됐다. 고령, 건강 위험 등 당 안팎에서 제기된 갖가지 우려 또한 압도적 득표율로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 흑인 표심 결집에 ‘쉬운 승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11시 50분 현재 개표율 99% 기준으로 96.2%를 득표했다. 경쟁자인 진보 성향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후보,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각각 2.1%와 1.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바이든 대통령은 개표 초기부터 승리가 확정되자 소셜미디어에 “여러분이 우리를 다시 대선 승리로, 트럼프를 다시 패배자로 만드는 길에 올려놨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반겼다. 이어 “트럼프가 미국을 분열하고 퇴행시키려고 결심한 극단적이고 위험한 목소리를 이끌고 있다”며 “이를 내버려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약 540만 명의 인구 중 26%가 흑인이다. 미국 내 다른 주보다 흑인 인구의 비중이 훨씬 높다. 이날 경선에서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의 ‘바이든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날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지부는 “흑인 유권자의 사전 투표 참여가 4년 전보다 오히려 13% 늘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약자가 많은 흑인 유권자는 이동 수단 등의 제약으로 현장 투표보다 사전 투표를 선호하는 편이다.
민주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첫 경선을 가진 것도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아이오와에서 첫 코커스(당원대회), 뉴햄프셔에서 첫 프라이머리를 개최했다. 하지만 바이든 재선 캠프 측이 “두 곳의 백인 인구 비중이 모두 90%가 넘어 인종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경선 순서 변경을 주장했다. 4년 전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에서 모두 1위를 하지 못했다는 점도 순서 변경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CNN은 “(경선 순서 변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실한 유권자층에게 구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 ‘최저 투표율’에 본선 경쟁력 우려 여전
다만 이날 투표 참여자가 급감하고 투표율 또한 떨어졌다는 사실은 그의 재선 가도에 불안으로 남아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경선 투표자는 13만1000여 명에 그쳤다. 4년 전 54만 명에 비해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3.9%라는 투표율 또한 민주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이 ‘코커스’에서 ‘프라이머리’로 바뀐 2004년 이후 가장 낮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권자들이 (자신을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서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CNN과 여론조사회사 SSRS가 1일 공개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그의 지지율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 4%포인트 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