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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데이터 뛰어넘는 경험과 직관의 힘

입력 | 2024-02-05 03:00:00

합리적 판단만으로 금융 의사결정 못해
동·서양 경계 없이 직관의 역할 중요
풍부한 경험과 감정도 투자 성패 좌우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단순히 합리적 판단만으로는 성공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직관’은 기업 전략, 증권 분석, 성과 평가 등 전문 분야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서양 문화에서는 직관을 순수하고 즉흥적인 앎과 이해의 방식으로 본다. 반면 동양 문화에서는 직관을 깊은 통찰력과 넓은 지식의 통로로 간주한다. 문화적 배경에 따라 직관의 해석과 적용이 달라지므로 문화 간 직관을 이해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은 서양과 중국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의사 결정에서 직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심층 분석했다.

연구팀은 펀드매니저의 직관적 의사 결정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펀드매니저 28명과 서구 펀드매니저 14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결과 중국 펀드매니저의 42%는 직관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감각적, 정서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감정에 의존한 직관적 판단을 중요시했고 지역과 문화에서 터득한 개인적인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다. 유로 위기와 같은 어려운 투자 상황에서도 예측을 철학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또 자신들이 직관을 더 잘 활용하는 것은 서양 매니저들보다 직관에 대한 확신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와 달리 서양 매니저는 대부분 감각과 정서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중국 매니저들보다 투자 의사 결정의 근거로 통계를 제시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감각이나 정서적 요소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서양 매니저는 14%에 불과했다. 이들은 많은 경험이 선행돼야만 직관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국 매니저들이 어렵고 복잡한 투자 분석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그 이유가 게으름 또는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직관적인 동양, 분석적인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달리 직관엔 문화의 경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 결과 중국 매니저 73%와 서양 매니저 80%가 직관적 성향과 분석적 성향 사이에 속했다. 모두 투자 의사 결정에 직관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중국 매니저 중 27%가 분석적이라는 평가가 나와 7%를 기록한 서양 매니저를 압도했다. 반면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서양 매니저는 13%였으나 중국 매니저는 0%였다.

이처럼 직관은 예측불허로 변화하는 동적인 인지 과정으로 어느 문화권에서나 중요하다. 특히 투자의 성패를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은 없으며 투자는 마치 무술처럼 경험과 직관이 모두 중요한 분야다. 이런 직관적 판단이 전략적 의사 결정으로 이어지려면 풍부한 지식과 경험, 개인 역량, 주변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독일의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의 말처럼 “좋은 직관이 주어진 정보와 논리를 넘어설 때” 훌륭한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