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미우라 겐타로 ‘베르세르크 단죄편―로스트 칠드런의 장’ 중
박태준 웹툰 ‘외모지상주의’ 작가
작중 견디기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디라도 좋으니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데려가 달라고 외치는 소녀에게 주인공은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고 도착한 그곳 역시 전장이라고 말한다.
소녀의 바람을 거절한다기보다 소녀가 스스로 자신의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려는 의도이자 그녀만의 전장에서 싸워 나가라는 역설이다. 어쩌면 따르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믿었던 전우에게 배신당하며 그 누구보다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의 말이기도 하다. 베르세르크의 세계관을 가장 절실하게 담아낸 대사다.
누구나 살아가며 원치 않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때론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도망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도망이 자포자기의 도망이 돼선 안 된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고 어디로 도망친다 한들 그곳 역시 또 다른 전장일 뿐이다. 중요한 건 무조건적인 회피가 아닌 극복하려는 의지와 실천하는 용기다. 간절함에서 나온 작은 발버둥이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난관을 넘어서는 시작점이 된다. 이런 마음가짐과 행동이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도 한다. 미우라 겐타로 작가 역시 더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본인을 채찍질한 심경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박태준 웹툰 ‘외모지상주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