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각 ‘韓 핵무장론’ 잘 포착… 北도발 대처방안 공론화 필요 출산 모범국가 현지취재 유익… 한국 출산예산 씀씀이 살펴야 신속재판 위한 법원 개혁조치… 학계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잇따른 정치인 피습 사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둘러싼 여권 갈등, 사법부 개혁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은경 류재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최은봉 이준웅 정원수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준웅 위원=이 대표 피습에 이어 배현진 의원 피습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우리 정치에 어떤 나쁜 추세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범인의 의도와 범인이 정상적인 사람인지, 좀 이상한 사람인지를 독자가 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동아일보가 범행 상황과 이른바 ‘변명문’을 팩트 위주로 드라이하게 보도한 것은 좋았습니다. 1월 10일자 A12면 〈이재명 습격범 작년 4월에 범행 계획 정황〉 기사도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 동아일보는 증오정치라는 의제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증오범죄는 인종, 성별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를 뜻합니다. 개인에 대한 증오를 증오정치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개념인지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 사태는 정치 테러나 정치의 퇴행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은봉 위원=‘갈라치기 정치’라든가 협치의 실종, 혐오 발언 빈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피습 사건이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동아일보가 잘 지적했습니다. 특히 1월 5일자 A1면 〈與野 “증오언어 쓰면 총선 공천 페널티 추진”〉 기사가 와닿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집단극화와 관련해 1월 13일자 10면 〈‘끼리끼리 입법’ 심해진 21대 국회〉 기사도 흥미로웠습니다.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국회의 양극화 정도를 실증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다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해법은 질문으로 남겨 놓은 기사였습니다.
김종빈 위원장=1월 11일자 A1, 5면에 나온 것처럼 이 대표는 퇴원하면서 “증오하고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이 대표를 해친 사람이 정치적 반대자인 국민의힘 쪽 사람이거나 국민의힘이 배후 세력이라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1월 18일자 A6면 기사에서 소개한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습니다”라는 이 대표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발언은 구체적 사실의 뒷받침없이 막연히 상대를 원망하고 증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은 이런 모습에서 정치를 증오하고 불신하게 됩니다.
이은경 위원=1월 20일자 1면 〈與 내부, ‘金여사 디올백 사과’ 동시다발 요구〉와 5면 〈與내부 “尹-金여사 직접 의견 표명해야…발표엔 골든타임 있어”〉기사는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을 실었습니다. ‘몰카 함정 취재’를 한 최재영 목사에 대한 논란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최 목사의 몰카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는 기사도 같이 다뤄야 균형이 맞았을 것입니다. 1월 10일자 A4면 〈“김건희 리스크 못 피해가 대응 절박”〉 등의 몇몇 기사에 ‘김건희 리스크’란 표현이 나옵니다. 특정인 이름에 바로 리스크를 붙이는 것은 마치 그 사람 존재 자체가 리스크인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인권 측면에서 지나친 면이 있습니다. 이 대표와 관련해 ‘이재명 사법 리스크’라고 쓰는 것처럼 ‘김건희 디올백 리스크’나 ‘영부인 리스크’로 쓰는 게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1월 23일자 A2면 〈대통령실 “韓, 하필 ‘김건희 리스크’ 건드리냐…尹, 화 많이 났다”〉 기사를 보면 친윤 의원 일부가 친북 목사의 기획된 몰카 사건인 만큼 김 여사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객관적 팩트는 대통령 부인이 선물을 받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이 공작이든 뭐든 대통령 부인이 정당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는 데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족 보호하는 데 힘쓰는 것보다 전체 국민을 위해 일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언론이 환기시켜야 합니다.
이준웅 위원=영부인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 의제를 언론이 주도적으로 형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2부속실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여야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취재해 기사화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류재천 위원=잇단 북한의 도발을 예견하지 못한 ‘9·19 남북군사합의’ 당사자들의 실책을 짚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1월 20일자 1면 〈北 “핵어뢰 ‘해일’ 동해 시험 발사”〉 기사에 나온 핵어뢰는 용어 설명이 있었으면 보다 친절한 기사가 됐을 것입니다. 또 1월 6일자 1면 〈북, 서해 200발 포격도발… 군, 400발 응징〉 제목에 쓴 ‘응징’보다는 ‘대응 포격’이 정확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이은경 위원=1월 19일자 A6면 〈“트럼프 재선땐 한국내 자체 핵개발 압박 커질 것”〉과 20일자 6면 〈북 핵어뢰 성능 개량한듯…미 “북위협 10년내 급변할 것”〉 기사를 통해 미국 일각에서 부상하는 한국 독자 핵무장론을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자체 핵개발은 윤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는 만큼 관련 시나리오를 더 취재해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북한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보여주기’로만 치부할 수 없어 보입니다. 예상되는 도발에 대한 대처 방안을 의제로 삼는 토론 기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1월 6일자 2면 〈“‘실제상황’ 문자-방송에 맨발로 뛰쳐나가”…공포의 3시간30분〉과 8일자 A6면 〈“언제 또 북 포격할지 몰라…대피 침낭 챙겨다녀”〉는 연평도 주민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해줘서 좋았습니다. 1월 13일자 5면 〈“북, 작년 러서 사치품 수백만달러 반입…무기제공 대가인 듯”〉 기사는 예전에도 우리가 들었던 듯한 뉴스였습니다. 그리고 기사의 출처가 ‘소식통’입니다. 이 기사 외에도 소식통이라는 정보 소스가 많습니다. 좀 더 소스의 정확도를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지난해 12월 14일자 A1면 〈민사도 ‘항소이유서’ 의무화…재판 두달이상 빨라진다〉 기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신속한 재판’의 실천 방안 중 하나를 단독 보도한 기사입니다. 하지만 민사재판은 국선 변호인을 쓸 수 있는 형사재판과는 다릅니다. 항소이유서 의무화가 국민에게 경제적, 시간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같이 다루면 좋았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재판 지연 문제는 준비 없이 미국식 당사자주의 소송 체계를 도입한 것에서 기인합니다. 조직과 제도는 그대로 두고 미국에서 하는 공판중심주의를 따라 하니까 법원 업무량이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민사재판 변론이 무제한 허용되지 않고 시간을 정해 놓습니다. 형사재판도 수사와 재판이 동시에 법원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검경이 수사는 수사대로 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인정 못 한다고 하면 전부 무효가 돼서 다시 수사해야 합니다. 대표적 사례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입니다. 또 미국 공판중심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기본적인 제도는 플리바기닝입니다. 그 덕분에 공판에 회부되는 사건이 현저히 줄어들고 법원의 업무량이 적은 것입니다.
이준웅 위원=1월 15일자부터 게재된 〈출산율, 다시 ‘1.0대’로〉 시리즈는 특파원들의 현지 취재가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1월 22일자 A2면에서 일본 전문가가 “한국의 저출산 예산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것은 저출산 예산에 대한 관료화된 생각을 깨는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류 위원=1월 16일자에 보도한 헝가리의 저출산 정책을 보면 주택자금 지원으로 큰 효과를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지출한 출산장려 예산은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분석해 기사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 위원=지난해 12월 18일자부터 게재한 〈미아, 품을 잃은 아이들〉 시리즈는 우울한 현실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모색한 온정적 기사였습니다. 특히 12월 23일자 기사는 지자체 아동보호전담요원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험을 취재해 분석하면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