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런웨이 10벌 선보여 “물망초 디자인, 다양한 활용 기대” ‘국군포로 등 무사 귀환’ 의미 새겨 통일부-업사이클링 업체 협업
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업사이클링 패션브랜드 얼킨(ULKIN)의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이날 패션쇼에서는 통일부와 이산가족 3세인 얼킨의 이성동 디자이너가 협업해 디자인한 의상이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의상들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를 상징하는 물망초 꽃을 모티프로 제작됐다. 뉴스1
서울패션위크가 진행된 3일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런웨이쇼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고 장내에 모스 부호가 울려퍼지면서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모델들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상징물인 ‘물망초’가 그려진 의상 10벌을 걸치고 차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통일부가 1일 공개했던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상징물은 세 송이 물망초 꽃이 어우러진 형태다.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처럼 북한에 억류된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번 패션쇼를 맡은 국내 업사이클링 패션브랜드 얼킨(ULKIN)의 이성동 디자이너는 할아버지가 실향민인 이산가족 3세다. 이 디자이너는 행사가 끝난 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잊히지 않을 권리에 대한 설명이 와 닿았다”며 통일부와의 협업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물망초 상징물을 활용한 의상을 한두 벌 제작해 서울패션위크에 올릴 수 있겠냐는 통일부 제안에 “10벌을 올려 아예 하나의 파트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실향민 할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느낀 정서를 이번 작업에 녹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런웨이쇼에 등장하는 의상들이 ‘작품’의 성격이 강한 것과 다르게 물망초 상징이 새겨진 이 의상들은 일상에서 착용하기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이 디자이너는 “물망초 의상을 많은 분들이 입었으면 좋겠다. 의상을 입은 분들이 주변에 물망초 상징을 설명한다면 희망의 메시지도 널리 퍼져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런웨이에 오른 물망초 상징 의상들은 얼킨 매장에서도 판매된다.
통일부는 물망초 상징 디자인을 공공저작물로 등록해 의류뿐 아니라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북한에 납치·감금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총 6명이다. 포로가 됐다가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와 전후납북자는 각각 6만여 명, 516명으로 추산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