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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살아난 한국… “좀비 축구”

입력 | 2024-02-05 03:00:00

호주전도 막판에 극적 동점골
연장 혈투끝 4강 진출 이뤄내
클린스만 “90분내 끝내겠다”
4강전 7일 요르단과 리턴매치




“다음 경기(4강전)는 90분 안에 끝내겠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3일 호주와의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역전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클린스만호 앞에는 ‘좀비 축구’라는 수식어가 새로 붙었다. 후반전 종료 직전까지 리드를 당해 거의 질 뻔한 경기를 드라마 같은 동점 골로 연장으로 끌고 간 뒤 결국 승부를 뒤집는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3일 호주와의 8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황희찬의 페널티킥 골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 전반 14분 손흥민의 역전 프리킥 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6강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9분이 지났을 때 1-1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사우디를 물리쳤고,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득점으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패배를 면했다. 한국은 8강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었다.

한국 대표팀의 ‘좀비 축구’는 아시안컵 개최국 카타르 현지를 찾은 해외 매체 기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호주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비결을 궁금해하는 호주 기자가 질문을 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0-1로 뒤진 상태에서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아진다. 처음부터 이런 경기력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조별리그 상대였던 요르단과 7일 0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조별리그 경기 이후 2주 만의 리매치다. 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도 클린스만 감독처럼 “4강전은 어떤 상황에서든 90분 안에 승부를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골키퍼 조현우도 “90분 안에 끝내고 편안하게 (결승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수비 라인의 중심인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경고를 받았던 김민재는 호주전에서도 옐로카드를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가 출전하지 못하는 건 매우 안타깝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여러 옵션이 있고 변칙적인 수비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두 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벌인 대표팀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이지만 팀 분위기는 이번 대회 시작 후 가장 좋다. 주장 손흥민은 “축구를 하면서 두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른 건 처음인 것 같다.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건 핑계”라며 “팀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연장에서 승부를 뒤집는 이런 경기로 선수들끼리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박용우도 “선수들에게 두 경기 연속 연장 승부는 힘들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이기면 아드레날린이 나와 더 힘을 내고 더 뭉치게 된다”고 했다.

이번 대회 ‘파이널4’엔 한국과 중동의 세 나라가 남았다. 다른 한쪽의 준결승 매치업 카드는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와 이란이다. 스포츠 통계 전문 회사 ‘옵타’는 4강 대진표가 확정된 뒤 각 팀의 우승 확률을 예측했는데 한국이 32.9%로 제일 높았다. 다음은 이란(31.9%), 카타르(26.9%), 요르단(8.3%) 순이었다.



알와크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