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종합대책] ‘의료쇼핑’땐 7월부터 본인부담 90% ‘文케어’ 이후 과잉진료 크게 늘어… MRI-초음파 진료비 3년새 10배로 건보료율 8% 상한 인상 논의 추진… 유튜버 등 프리랜서 부과체계 개선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3072억 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는 2028년에는 1조5836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내면서 의료 수요는 적은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당분간 건보 재정이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4일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에도 불필요한 건보 재정 지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포함시켰다.
● 건보 보장 확대 후 상급종합병원 쏠림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내원 일수는 2017년 3860만 일에서 4410만 일로 14.2% 급증했다. 급여 항목을 늘려 진료비 부담이 줄자 경증 환자까지 수도권의 큰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급여에 포함된 초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가 2018년 1891억 원에서 2021년 1조8476억 원으로 3년 만에 약 10배가 되는 등 과잉 진료도 늘었다.
또 환자를 대형병원에 빼앗긴 동네 의원은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 확대로 수익을 보전했다. 전체 의료기관의 건보 보장률은 2017년 62.7%에서 2021년 64.5%로 소폭 늘었는데, 의원급의 보장률은 오히려 60.3%에서 55.5%로 4.8%포인트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의료 수요를 늘리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 연 365회 초과 진료, 본인부담 90%로
복지부는 이날 발표에서 올 7월부터 연 365회 넘게 진료를 받는 경우 366번째부터는 총진료비의 90%를 본인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2년에 365회 넘게 외래 진료를 받은 사람은 총 2467명이었다”며 “그중에는 외래 진료를 3009회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투입된 건보 재정은 약 268억 원에 달했다.
다만 개정안은 18세 미만 아동, 임산부, 장애인, 희귀난치성질환자, 중증질환자 등은 진료 횟수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스스로 건강을 잘 관리하는 가입자에겐 혜택을 더 주기로 했다. 현재 건강위험군 및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건강 생활을 실천하면 최대 8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주는 ‘건강 생활 실천 지원금’ 사업을 진행 중인데 향후 대상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 4회 미만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 최대 12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주기로 한 것도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이들에게 작은 인센티브를 주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 보험료율 법정 상한(8%) 인상 논의 추진
유튜버 등 소득이 불규칙한 이들의 건보료 부과 방식도 개선하기로 했다. 건보료는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유튜버 같은 프리랜서 등은 당해 소득이 줄어도 전년도 소득에 따라 높은 건보료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복지부는 “소득이 높을 때 다음 해 건보료를 사전 납부하고 이듬해 납부액을 정산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건보료를 체납하는 경우도 줄어 건보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