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일주일 앞둔 전통시장 가보니 “너무 비싸네” 손님들 지갑 안열고 제수용품 찾는 발길도 크게 줄어 월세 못낸 상인들 가게 철수도
입춘이자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휴일인 4일 대구 북구 칠성동 전통시장인 칠성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고르고 있다. 2024.2.4/뉴스1
선어 판매장을 방문한 한 중년 남성 일행은 ‘국산 조기 8마리 8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비싸서 못 사겠다”며 자리를 떴다. 37년째 노량진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이모 씨(71)는 “오랜 단골들도 가격이 올라서 많이는 못 사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지수(BSI)는 48.1로 전월보다 10.9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2월(37.5) 이래 23개월 만의 최저치다. 해당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호전을, 낮으면 경기 악화를 체감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6만원 들고 마트 갔더니… 1년새 쪼그라든 장바구니 4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토마토, 사과, 가지, 파 등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씩 올랐다. 감, 배, 귤 등도 40% 안팎이 오르며 명절을 앞둔 시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대형마트에서 약 6만 원으로 과일·채소류를 구매할 때 작년(위쪽 사진)보다 올해 장바구니가 한층 가벼워졌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권모 씨(83)는 “물가가 너무 올라 손님들이 구매를 꺼린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가격도 올라 코로나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고 했다. 떡가게를 하는 이복덕 씨(71)는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걸 확인하더니 “보통 지금쯤이면 준비한 떡이 다 팔렸는데 오늘은 절반도 못 팔았다”며 “관광객들은 구경만 하고 가버려 우리 같은 가게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도 설을 앞둔 예년의 시장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15년 넘게 수산물을 판매해 왔다는 조성윤 씨(59)는 “비싼 수산물은 안 사니까 올해부턴 전복과 킹크랩은 들여놓지도 않았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과일을 팔았다는 박영아 씨(31)는 “지난해 설에는 예약이 300건쯤 됐는데 올해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한 번도 5만 원을 넘긴 적 없던 귤 5kg 상자가 지금은 5만8000원이나 하니 살 사람이 없다”고 했다.
설 제수를 사러 왔다는 정모 씨(65·용산구)는 “그나마 시장이 저렴한데도 가격이 이렇게 올랐으니 올해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20%는 더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