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선거운동, 적대발언 쏟아져 “지지층 결집 노린 혐오장사 우려”
제22대 총선 출마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출마를 선언하고 당원을 모집하는 ‘유튜브 선거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여야 강성 지지층이 즐겨 찾는 정치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예비후보자가 늘어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들이 유튜브에서 허위 정보가 담긴 음모론이나 상대 진영을 적대시하는 발언 등을 내놓으면서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영입인재’ 4호인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은 지난달 29일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단독 범행이 아니라고 본다. 지시한 누군가가 있지 않고는 이런 식의 범행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인재영입’ 1호인 경기 남양주병 예비후보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지난달 31일 보수 성향 유튜브 ‘이봉규TV’에 출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는 동네 통장도 해서는 안 되는 분”이라며 “국민들이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실체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느슨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대표는) 위험 인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선거운동’ 현상이 증오정치, ‘혐오장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유튜브 채널의 성향과 요구에 부합하는 이들이 주로 출연하면서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는 악순환 구조”라며 “정치권에선 음모를 지식이라고 인식하게끔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일종의 ‘혐오장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尹 끌어내려야” “이재명 위험인물”… 증오 부추기는 유튜브 선거운동
예비후보들은 강성 지지층 공략
수익 노린 채널은 강경발언 유도
허위 유포 등 사이버 선거범죄 급증
‘슈퍼챗’ 통한 우회 후원금 논란도
수익 노린 채널은 강경발언 유도
허위 유포 등 사이버 선거범죄 급증
‘슈퍼챗’ 통한 우회 후원금 논란도
3선을 지낸 국민의힘 안상수 전 의원은 오프라인 출마 선언을 대신해 지난달 28일 유튜브 ‘신의한수’에서 인천 계양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계양갑의 안상수, 계양을의 원희룡이 (계양을 현역 의원인) 이재명을 포위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안 전 의원은 통화에서 “구독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 유튜브에서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 유튜브 채널에 여야 강성 지지층이 몰리면서 예비후보자들이 유튜브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당원을 모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유튜브 매체 성격상 허위정보가 확산할 수 있는 데다 우회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이버 선거범죄 8년 새 30배
예비후보자들이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구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당원을 모집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전통적 방식은 품이 많이 드는 반면에 유튜브 채널을 공략하면 효과적”이라며 “인기 유튜브들은 출연하겠다는 예비후보자들이 줄을 서 있다”고 했다.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 사례가 늘어나면서 허위사실 공표, 비방 등 사이버상 선거법 위반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이버 선거범죄 단속 건수는 2012년 19대 총선 1793건에서 2016년 20대 총선 1만7430건, 2020년 21대 총선 5만3904건으로 급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위법 게시물의 경우 삭제 조치에 불응하면 과태료 등을 적극적으로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슈퍼챗’ 통한 우회 후원 논란도
유튜브를 통한 우회 후원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통해서만 선거자금을 모집해야 한다. 선관위가 유튜브 ‘슈퍼챗’(후원 시스템)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서울 강북을 지역에 출마하는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슈퍼챗으로 후원금을 걷었다가 선관위로부터 최근 시정 지도를 받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유튜브 방송 채널에 월 990원의 유료 멤버십을 도입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시정 지도를 받았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운동뿐 아니라 마케팅 등 각종 정보 유통의 중심이 SNS로 옮겨 오는 상황인 만큼 유튜브 선거운동을 제재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선거로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은 공적 결정인 만큼 현행법의 취지에 맞게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